[아시아나항공 M&A]한진칼 구주주에 불똥…'명분' 확보한 3자연합'주주권익 보호' 방패 확보, 기존 주주 표심 결집 효과도...KCGI, 인수 반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0-11-16 11:26:26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3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영권 분쟁 상대인 3자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명분을 확보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KDB산업은행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의 주요 주주에 오르는 형태로 딜 구조가 짜일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13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이 산업은행 주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진행할 경우 기존 한진칼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나리오는 신주 발행이 병행돼 구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결과를 낳는다.
구체적으로는 한진칼이 산업은행을 상대로 수천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형태가 주로 언급되고 있다. 이 경우 산업은행은 한진칼의 3대주주에 오를수 있게 된다.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캐스팅보터 자리가 산업은행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 조 회장을 따라잡은 3자연합 입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맡는다면 어렵게 잡은 승기를 놓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칫 멀쩡히 '눈 뜨고 코 베이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3자연합은 공개매수한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행사하지 않고도 조 회장보다 지분율이 5~6%포인트 가량 앞선 상태다.
다만 재계에서는 3자연합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갈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망설이기만 하던 임시 주총 소집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3자연합은 지분율로 조 회장을 넉넉히 앞서고도 이사 선임 등을 위한 주총 소집을 추진하지 않았다. 명분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한진칼이 소집 요구를 거부하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경영권 분쟁'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권익 보호'를 내세우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한진칼 입장에서도 주총 소집을 거부하기 부담스럽고 법원도 설득할 수 있는 그럴싸한 명분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3자연합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임시 주총을 개최하고 이사회를 장악한 후 산업은행의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임시 주총 소집 건을 법원에 가져가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2~3개월 가량이 소요되고 경영권 분쟁 목적의 주총을 법원이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걸로 점쳐졌다"며 "하지만 3자배정 유상증자 건은 기존 주주들의 권익 보호라는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 주주들의 표를 결집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3자연합과 조 회장 측 외에 나머지 소액 주주들이 10% 내외를 보유하고 있다. 시나리오대로 흘러갈 경우 이들 역시 3자배정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한 만큼 3자연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3자연합 구성원들이 관계를 재정비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본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3자연합 내부에 주도권 다툼이 존재하는 등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3자간 입장이 상이하다보니 특정 사안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3자연합이 지분율 50% 확보라는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금 확보에 한계가 있는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금력이 풍부한 반도건설이 나서면 어렵지 않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자연합 측은 불화설을 일절 부인하고 있다.
3자연합은 내부적으로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사전에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알지 못했던 만큼 3자간 조율을 거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KCGI측은 이날 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의 한진칼 3자배정 증자 및 아시아나 인수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KCGI 측은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라며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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