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M&A로 촉발된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지방공항 활성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경쟁 완화를 위해 인천과 김포 등 수도권에 집중된 공급을 지방으로 분산시키려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사실상 정부 주도의 노선 정리가 가능해진 만큼 한진그룹과의 협의를 통해 숙원 해결에 나설 전망이다. 이를 두고 여객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 노선 확대는 항공사 부담만 가중될 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은 '빅딜' 후 통합 대형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FSC)와 통합 저비용항공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LCC)간 노선을 최대한 구분 지을 방침이다. 구상 중인 건 FSC가 중장거리를, LCC는 단거리 노선을 책임지게 하는 형태다. 현재는 모든 항공사가 중단거리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특히 통합 LCC는 지방공항 베이스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짜놨다. 수도권 공항에만 공급이 몰려 항공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지역간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간 국적 항공사들은 지방 노선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천이나 김포, 제주 등 인기 공항이 슬롯 부족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을 경우 차선의 선택지였다.

현재 국내에는 총 15개의 공항이 있다. 국제공항이 인천·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등 8개고 국내선 전용 공항은 울산·광주·여수·포항·사천·군산·원주 등 7개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통합 LCC는 통합 FSC와 차별화해 운영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최대한 시장을 분리해 중복 노선을 최소화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본이나 동남아 노선이 늘어날 것"이라며 "통합 LCC 출범이 지방공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거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 이전인 작년부터 심각한 공급과잉에 시달려왔다. 매년 여객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 확대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출혈경쟁을 펼치는 동안 실적은 바닥을 쳤다.

공급과잉이 심화된 건 잇달은 LCC 출범으로 국적 항공사가 9개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아직 비행기를 띄우지 못한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까지 포함하면 모두 11개다. 특히 LCC들은 보유 기종이 비슷해 취항 지역과 노선이 상당부분 겹칠 수 밖에 없다.

그러자 국토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무분별하게 항공 면허를 남발해 공급과잉을 야기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공급 분산을 위해 지방공항 신규 취항시 착륙료, 정류료 등 시설사용료를 면제·감면해준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작년 3월 신규 먼허를 발급받은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에는 3년간 양양, 청주공항을 거점 삼아 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여객 수요가 탄탄하지 않은 탓에 항공사들이 취항을 망설였기 때문이다. 항공사들 사이에선 출혈경쟁을 하더라도 탑승률이 잘 나오는 인천이나 김포, 부산 취항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코로나19로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며 국내선 공급이 늘긴 했지만 여전히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상태다.

LCC 고위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지방공항에서 취항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객 수요가 받쳐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작년부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지방 출발 노선을 늘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통합 LCC를 활용해 지방 노선을 늘리더라도 여객이 확대되지 않는 한 균형 발전의 효과를 누리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되레 통합 LCC가 탑승률 하락에 따른 실적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노선을 개설한다고 해서 여객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통합 LCC 출범시 인천과 부산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부산지역 상공업계를 중심으로 통합 LCC의 본사를 부산에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에어부산은 김해공항을 모항 삼아 지금껏 성장해왔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3개의 LCC가 통합됐을 땐 부산과 인천을 동시에 발전시켜 나가야할 것"이라며 "지방공항도 지금처럼 에어부산을 이용해 적극 운영함으로써 인천과 부산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본사 이전 주장에 대해서는 "지역주민과 관련 기관, 직원, 새로운 경영진들이 협의해 풀어나갈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