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 '전략통 등용' 해법될까 경영능력 입증 50대 대거 발탁, 칠성·푸드·마트 구원투수 역할 '주목'
전효점 기자공개 2020-11-27 10:10:5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연공파괴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각 계열사에서 젊은 전략통 출신이 약진해 눈길을 끈다. 특히 식품 계열사를 중심으로 경영 성과를 입증한 전략실 출신들이 대거 발탁됐다.롯데칠성음료에서 상무 승진 1년만에 대표이사로 깜짝 발탁된 박윤기 대표를 비롯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진성 롯데푸드 대표, 노준형 롯데정보통신 대표 등이 주인공이다. 신동빈 회장은 연공서열보다 최신 경영 전략과 실무 경험을 겸비한 인재를 통해 그룹의 변혁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로 승진한 박윤기 전무는 1970년생으로 사내에선 유일무이한 전략통으로 꼽힌다. 1994년 그룹에 입사한 이래 올해까지 26년간 롯데칠성음료에서만 근무했다. 영업전략, 채널분석, 마케팅전략 등을 거치면서 본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2014년 상무보 승진 후 마케팅부문과 경영전략부문장을 맡아오다 올초 음료·주류통합 전략기획부문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상무를 단 지 1년 만에 선배 임원들을 제치고 대표로 내정된 셈이다.
박 대표는 올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롯데칠성음료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진 가운데 전략기획부문장으로서 'ZBB 프로젝트(Zero Based Budget)'를 주도해 성과를 이끌어낸 점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ZBB 프로젝트는 중간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이고 판매관리비 등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과업을 의미하는 경영 용어다. 주류부문은 ZBB 프로젝트 효과로 올 3분기 들어 14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박윤기 대표의 경우 추진력 있고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십"이라면서 "전략적인 통찰력뿐만 아니라 풍부한 이론 및 실무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마트사업부로 자리를 옮기는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이사 전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전략통이다. 1970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9년까지 BCG에서 유통·소비재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수행해왔다. 롯데그룹과도 이 시기 인연을 맺어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년 초 롯데네슬레코리아 수장으로 부임한 강 대표는 대대적인 쇄신을 단행, 취임 1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을 흑자 전환시키면서 주목을 받았다. 롯데네슬레코리아는 2018년까지만 해도 10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유통BU의 '내놓은 자식'으로 취급 받아온 계열사였다.
강 대표는 취임 직후 '네슬레' 브랜드를 한 단계 프리미엄으로 리뉴얼하고 제품을 재출시하면서 쇄신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룹 경영의 핵심 키워드인 '디지털 혁신'에도 보조를 맞춰 마케팅 등에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롯데푸드 신임 대표로 내정된 이진성 부사장 역시 강 대표처럼 미래전략연구소 출신 전략가다. CJ제일제당에서 2009년 롯데로 자리를 옮긴 이후 2014년까지 롯데미래전략센터 산업연구팀장으로 재직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 겸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이사로 근무해왔다. 그룹 미래 사업방향과 먹거리를 누구보다 지척에서 고민하고 발굴을 위해 전념해온 인물인 셈이다.
롯데정보통신 대표이사로 선임된 노준형 전무 역시 전략경영본부장과 DT(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사업본부장으로 오래 재임해온 전략·기획통이다. 53세로 역시 젊다.
이번 인사에서 예기치 못한 신임장을 받아든 젊은 대표들은 새로운 보직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등은 그룹 내에서도 특히 쉽지 않은 경영 환경에 처한 계열사로 분류된다. 롯데푸드도 십수년간 국내 B2B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해왔던 사업구조를 타파하고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각사 명운이 기로에 선 만큼 신 회장도 기존 원칙을 타파한 특단의 인사 대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50대 초반의 젊은 리더십들이 대거 핵심 보직에 중용됐다"면서 "시장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낼 수 있는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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