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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리스크 관리역량 부각시킨 '안방보험' 꼼꼼한 M&A 계약서가 승소 비결…대체투자 부정적 인식 해소

이경주 기자공개 2020-12-07 13:38:2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4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이하 미래에셋)이 중국 안방보험과 호텔 인수 계약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승소했다. 업계에선 수천억원 대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는 것을 넘어 증권업 전반에 의미 있는 결과로 해석했다.

그 동안 증권사 해외 대체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엔 색안경이 씌워져 있었다. 정보비대칭성이 높은 해외자산을 정확한 분석이나 통제장치 없이 섣불리 투자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일부 신용평가사는 통합적인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반면 미래에셋은 치밀했다. 실사를 통해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었고, 또 이를 계약서에 반영했다. 리스크 해소를 선결하지 않으면 계약이 무산된다고 적시했다. 리스크 통제가 잘 이뤄진 셈이다.

◇사전실사로 소유권 분쟁 인지…계약금 반환조건 추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심 재판부인 미국 델라웨어 형평법원은 안방보험이 계약금과 거래비용, 소송비용 등을 미래에셋대우 등 거래당사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미래에셋 측이 “호텔 인수 대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안방보험 청구는 기각됐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 계약금 5억8000만달러(약 6280억원)과 거래비용 368만5000달러를 돌려받게 됐다. 앞서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으로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개를 총 58억달러에 인수하는 계약(SPA,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인수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했었다.

미래에셋은 꼼꼼히 작성한 '계약서'를 승소 비결로 판단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SPA를 체결하기 전 사전실사를 통해 안방보험이 매각자산에 대해 소유권 분쟁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안방보험은 숨기려했던 사실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은 SPA 계약서에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계약이 무산되고, 계약금도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로 약점을 발견한 덕에 보호장치를 마련해 둘 수 있었다. 본래 최초 입찰 조건을 '계약금 불반환'이었다.

안방보험은 끝내 분쟁을 해소하지 못했고, 거래는 종결일인 올 4월 17일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안방보험은 4월 27일 잔금 납입을 이행하라며 소송을 걸었고, 미래에셋측은 5월 3일 안방보험이 거래종결 선결조건(Condition precedent)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서에 따른 자신감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계약서에 리스크 해소(소유권 분쟁)를 선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넣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소송”이라며 “사전실사와 꼼꼼한 계약서 작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소송”이라고 말했다.

◇해외 대체투자 선입견 해소

증권사 해외대체투자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해소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다. 해외 대체투자는 2018~2019년부터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급증한 딜이다. 저금리 기조 유지로 채권운용을 통한 수익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국내 부동산PF도 정부규제로 위축된 탓이다. 성장을 위해 찾아낸 대안이다.

그런데 해외 대체투자는 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다. 재판매(셀다운)가 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 유동성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형악재가 발생하면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원금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 취약문제가 지적됐다. 딜이 급증하면서 기업실사를 제대로 하는지, 리스크에 대한 통제장치는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2019년 10월 '급증하는 해외대체투자, 증권·보험사의 리스크는?(통합적인 리스크관리의 시작이 필요하다)'라는 제목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보고서에서 “국내 투자와 다르게 법과 제도, 관행 및 언어의 차이, 실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분석과 리스크 파악에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어 불투명성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제가 미비했던 시점에 발생한 PF대출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해외대체투자에 맞는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고 덧붙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선입견과 달리 국내 IB들은 해외 대체투자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이 많이 쌓였다”며 “미래에셋은 다른 하우스보다 훨씬 전인 2006년부터 대체투자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승소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경험이 축적된 결과”라며 “리스크 관리 역량이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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