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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길, 정몽구의 길, 정의선의 길 [thebell desk]

김용관 기자공개 2020-12-08 08:50:16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07: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4년 10월 현대차는 55회 이탈리아 토리노모터쇼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 포니(Pony)를 발표한다. 독자 모델은 아시아에서는 두번째, 전 세계적으로는 16번째다. 1년만에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43%의 점유율을 확보한다. 당시 국내 자동차 2만5000대 중 절반 가량이 포니였다.

포니는 현대차에게 첫 수출의 쾌거도 안겨줬다. 6대를 에콰도르에 처음으로 수출했다 1976년에는 13개국에 1042대를, 10주년인 1986년에는 무려 66개국에 30만2134대를 수출했다. 현대차는 포니를 발판삼아 명실상부한 세계적 자동차기업으로 질주를 시작한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첫 독자 모델 개발을 선언하자 모두가 '무모한 도박'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 도박이 없었다면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도 없었다. 정주영이 닦은 길을 통해 현대차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로 질주한다.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 벤츠의 칼 벤츠, 토요타자동차의 토요타 키이치로, 혼다 창립자 혼다 소이치로. 세계 자동차 역사의 거인들이다. 변방에 머물던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이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까. 정 명예회장은 올해 이들이 모두 이름을 올린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잦은 고장으로 ‘깡통차’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던 현대차를 단기간에 세계 5위 자동차 업체로 이끈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선대 회장도 성취하지 못한 업적이다. 정몽구는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의 상징어다.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0년 10만마일' 보증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전세계 주요 지역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며 글로벌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현대차의 미래인 ‘수소차’의 기틀도 정 명예회장이 마련했다.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현대차는 2000년 11월 시험용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투싼 수소전기차를 내놓으며 수소차 양산 시대를 열었다. 정몽구가 다진 길을 통해 현대차는 미래로 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라는 자동차 제국을 창업하고 성장시킨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달리 정의선의 길은 무엇일까. 정의선 회장이 발표한 취임사에서 그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그 결실을 전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

경영 능력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정의선 회장은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아는 듯하다. 글로벌 톱티어 '자동차 제조사' 딱지를 떼고 카 라이프(Car-life) 전반을 책임지는 '모빌리티 서비스 솔루션 기업'이 미래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아울러 수소차,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의 빠른 현실화를 예고했다. 탁월한 국내외의 인재 영입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는 않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문장이다. 고객이나 주주, 임직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나 사회적으로도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미가 아닐까. 반대로 생각하면 그동안 현대차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재벌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의선식 선언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선대 경영인들이 고속성장 과정에서 소홀했던 경영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은 이제 온전히 정 회장의 몫이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끊지못한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정 회장에게는 풀기 어려운 난제다. 공정경제3법 등을 통해 이 문제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 임무를 가진 리더로서 정의선이 가야할 길은 너무나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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