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이 디벨로퍼 진출을 선언한지도 한해가 지났다. 신규수주 확보가 힘들어지는 여건 속에서 대형 시공사가 개발부지를 직접 확보하고 공모사업에도 진출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디벨로퍼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땅이다. 대형 디벨로퍼를 가늠하는 기준도 얼마나 매력적인 개발부지를 확보했는가로 나뉜다. 사업성이 높은 땅일수록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형사로 몰리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땅값이 비싸지면 기존 보유자산부터 활용하는 경우가 일차적인 접근방식이다. 부지확보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업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적다. 사업성이 떨어질 것 같으면 용도를 변경해서라도 끌어올리는 것이 개발업계 스타일이기도 하다. 일단 땅을 갖고 있으면 유리해지는 셈이다.
대우건설은 보유자산이 많다는 점에서 디벨로퍼로서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접근법은 다소 특이하다. 많은 부지를 경쟁적으로 사들이는 동시에 보유자산을 많이 팔기도 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부지를 비롯해 한진 부산 범일동 부지 매입은 규모와 가격을 감안할 때 부동산 개발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게 사실이다.
다만 보유자산 매각 추진은 아쉬운 대목이다. 춘천 파가니카CC나 인천 송도 쉐라톤 호텔, 사이판 라오라오베이 골프리조트는 업황을 고려해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서울 당산동 임직원 숙박시설인 대우로얄프라임은 업계에서도 왜 파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대우로얄프라임은 영등포구청 역세권으로 대지면적이 3317.20㎡(1003평)다. 준공년도는 1999년이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 조건을 제시하면 신축조차 하기 아까워 리모델링만 해도 상품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로서 사업성을 따진 결과라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KT에스테이트 역시 임대주택 개발을 염두에 둔 것을 보면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역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 역세권에 1000평 부지는 누구라도 매력을 느낄만한 조건이다. 공간의 새로운 수요를 창조한다는 디벨로퍼가 자산을 팔아 현금화하는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시장 일각에선 대우건설도 신사업본부 등에서 자체 개발을 검토했다는 얘기가 있다. 윗선의 지시로 개발방안이 보류되고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개발부지 확보 과정에서 시세보다 비싸게 입찰했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당장 부지를 손에 쥐었어도 추후 사업성을 확보하려면 높은 땅값만큼 분양가도 높여야 하는 셈이다. 개발 완료 전에 대우건설이 매각이라도 된다면 분양률에 따라 매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들고 있는 땅부터 차근차근 개발에 나섰다면 세간의 평가는 달라졌을 수 있다. 디벨로퍼는 개발사업 하나를 마무리 짓는데 수년이 걸린다. 급하게 나선다고 당장 수익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25년까지 디벨로퍼로서 당찬 목표를 내세웠지만 수치에 너무 집착하는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아직 매각화하지 않은 자산이 남아있다. 내년에는 보유자산을 자체 개발하는 접근법도 고려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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