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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샘표]3세 경영 후 오너 포함 '3인 이사회' 고수사외이사 단 1명, 20년 이상 근속…독립성 담보·소액주주 이익 대변 불가능 구조

전효점 기자공개 2020-12-14 07:59:0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0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샘표그룹은 C 학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너 대표이사와 측근들로 구성되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 때문이다.

최대 문제는 지나치게 작은 이사회와 사외이사 숫자다. 샘표그룹은 2016년 인적 분할 이후로 지주사와 사업회사 양사에서 줄곧 '3인 이사회' 체제를 유지해왔다. 사외이사는 단 1명이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같은 소위원회도 전무하다보니 사외이사는 사실상 오너에 의해 뽑히게 된다. 그나마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도 20년 이상 직을 수행해온 '장수 이사'다.
샘표와 샘표식품의 2020년도 KCGS 기업지배구조 평가

정상적인 이사회 역할은 기업의 주요 업무집행 사항을 의결하고 경영자의 업무집행을 감독하는 것이다. 이사회는 기업뿐만 아니라 주주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대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도 고루 대변해야 함은 물론이다.

샘표그룹 이사회는 이같은 취지에 얼마나 부합할까. 3분기 말 현재 지주회사 샘표 이사회는 박진선 대표를 필두로 오충열 상무가 사내이사로, 김현씨가 사외이사를 각각 맡고 있다. 사업회사 샘표식품 이사회도 마찬가지다. 박진선 대표, 사내이사 이생재 상무, 사외이사 이명호씨로 구성 된다.


그룹이 이사회 규모를 축소한 시기는 공교롭게 박승복 명예회장으로부터 3세 박진선 대표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시기와도 겹친다. 2016년 9월 노환으로 별세한 박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을 주도하던 2015년까지만 해도 이사진은 7명에 이르렀다. 사외이사는 4명에 달하며 사내이사수를 웃돌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했던 셈이다.

이같은 이사회 구조는 지주체제로 전환한 2016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폭 바뀐다. 지주사 샘표는 물론, 사업회사 샘표 이사회도 이때 이후로 줄곧 3인을 넘지 않았다.

그나마 이사회마다 1명씩 등기된 사외이사는 모두 샘표그룹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인물들이다. 샘표의 김현 사외이사는 현재 무려 6번째 임기로, 21년째 샘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샘표식품의 이명재 사외이사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외대 경영학 교수 출신인 이 사외이사는 샘표식품 분할전인 1997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무려 20년간 샘표에서 사외이사직을 맡았다. 2016년 인적분할 이후에는 샘표식품 이사회로 소속을 바꿔 2018년에는 연임까지 성공했다. 올해 현재까지 샘표식품에서 5년째 유일한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연임 임기가 끝나는 2022년 교체될 예정이지만, 어쨌든 '직업 사외이사'로 무려 26년간 근속한 셈이다.


각 계열사 사외이사가 한명인데다 오너 일가와 친분이 깊다보니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객관적인 조건으로 담보하기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가 올해 상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외이사 임기가 6년을 넘지 않도록 강제한 것 역시 장기 재직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을 최대한 막기 위함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이사회평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준을 언급한다. △이사회는 효과적이고 신중한 토의 및 의사결정이 가능한 규모이어야 하며, △이사회 내에 설치된 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사회에는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두어야 하며, 그 수는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이어야 한다. 등이다.

샘표그룹 이사회는 이같은 최저 규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샘표 관계자는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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