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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이유 있는 '버티기' thebell note

홍다원 기자공개 2025-04-17 08:17:43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07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철강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무쇠'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무쇠 팔과 무쇠 다리를 가진 마징가 제트가 알고 보면 기운 센 천하장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무쇠는 물(水)과 쇠(鐵)의 합성어로 강도는 높지만 유연성이 부족해 충격에 약하다.

탄소 함량이 높은 무쇠는 유리처럼 압력을 가하면 쉽게 깨진다. 그래서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사들은 무쇠가 깨지지 않도록 금속 원소를 추가해 합금을 만들거나 열처리를 한다. 조선, 자동차, 건설 등 쓰임새에 맞게 철강을 제련하는 방식이 무궁무진하다.

수많은 변형을 거쳐 딱 맞는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끈끈한 협력 관계가 유지된다. 철강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객사와의 신뢰다. 오랜 기간 두들겨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입맛에 맞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나 공급업체 변경은 그 자체로 리스크일 수 있다. 그래서 철강업계는 변화보다는 유지와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 포스코 역시 우량 고객사와 장기 계약을 유지해 왔다.

충성 고객은 든든하지만 업황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특히 철강 수요는 경기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 글로벌 철강 업황 둔화와 중국의 저가 공세에 포스코홀딩스 순이익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23년 1조8458억원에 달했던 순이익은 1년 새 9475억원으로 줄었다.

해외 사정도 좋지 않다. 2024년 기준 37개 해외 법인 중 14개가 적자다. 미국 앨라매바 가공센터를 비롯해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태국 법인 모두 2년 연속 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철강업 철수나 청산을 쉽게 결정하긴 어렵다.

단순히 재무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손실이 커지는 법인과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서는 잘 견디고 버티는 것이 오히려 손실을 메우는 것이라고 한다. 매몰 비용은 물론 다른 업체에 고객사를 넘겨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포스코도 쏟아지는 중국 물량에 결국 장가항 제철소 매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스코의 최우선 목표는 사업 재편을 통한 철강업 현상 유지다. 1968년 포항제철소로 시작해 무수한 제련을 거쳐 온 포스코는 깨지지 않는 무쇠 팔, 무쇠 다리를 위해 여전히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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