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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KCGI 방어한 한진그룹, HYK파트너스는 못 막는다한진칼-KCGI, 주주제안 자격 놓고 법정다툼…고법 '6개월 의무 보유' 판단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14 08:13:2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08:1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다시 한 번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물류 계열사 ㈜한진에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면서다. 산업은행이 한진칼 3대주주로 등극하며 겨우 3자연합의 공세를 잠재웠더니 이번엔 ㈜한진에서 분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한진은 최근 소수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사실상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개정안 시행시 6개월 이상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도 주주제안권 행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칼은 작년 초 비슷한 상황에서 법정공방 끝에 KCGI의 주주제안을 막아냈다. 하지만 이번에 ㈜한진은 별다른 방도가 없을 전망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HYK파트너스가 세운 HYK제일호사모투자합자회사(HYK1호펀드)는 지난 8일 ㈜한진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관련 요구가 담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지난 10월 경방으로부터 보유지분 전량을 넘겨받고 2대주주가 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한진은 내부 검토를 통해 추후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현실적으로 ㈜한진은 HYK1호펀드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이달 중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정안 시행시 상장사 주주는 지분을 3%만 확보하면 보유기간과 무관하게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한진그룹은 작년 초 KCGI와도 주식 의무 보유기간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적이 있다. 2018년 말 한진칼 지분율을 9%로 끌어올리며 시장에 등장한 KCGI는 지금의 HYK파트너스처럼 주주제안으로 공격을 개시했다. 지분 보유기간 역시 6개월 미만이었을 때다.

당시 KCGI는 지분 10.81%를 쥐고 있던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감사 1인(또는 감사위원 2인), 사외이사 2인, 사내이사 1인 선임 등을 골자로 하는 주주제안서를 한진칼에 발송했다. 3월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려 표결에 부치자는 의미였다. ㈜한진 이사회에도 감사 1인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서를 송부했다.


한진칼은 KCGI가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며 거절했다. 근거로 상장사 특례조항인 상법 제542조의6(소수주주권) 제2항을 들었다. 소수주주인 KCGI가 주주제안을 하기 위해선 지분 0.5%를 보유한 상태로 6개월이 지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반박하며 KCGI가 들고 나온 법조항이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다. 지분율이 3% 이상인 상태로 주총 6주 전까지 주주제안을 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상법상 관련 조항이 두 개 있으니 주주가 일반규정과 상장사 특례규정 중 하나를 골라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결국 양 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정까지 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KCGI는 "상장사의 소수주주권에 관한 특례조항의 입법취지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상당지분을 가진 주주에게 6개월 간의 보유기간을 요구하는 건 주주 고유권한 침해에 해당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진칼은 가처분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한진칼이 서울중앙지법의 '안건상정가처분인가결정'에 불복해 항고한 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KCGI가 주주제안을 하려면 상장사 특례요건에 따라 6개월 이전부터 주식 0.5%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총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결국 한진칼은 2심 판결을 기다리며 조건부 의안으로 상정해뒀던 KCGI의 주주제안 7건 모두를 안건에서 삭제했다. KCGI는 주총 날짜가 임박한 탓에 대법원 판결까지 받지는 못했다. 양 측이 주주제안 자격을 다투며 활용했던 상법 조항들은 숫자(지분율)만 일부 바뀐 채 그대로 유지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의무 보유기간(6개월)이 명시된 특례규정의 우선 적용을 무력화하는 조항(제542조의6 제10항)이 추가되며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KCGI의 주장대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려는 주주가 일반규정과 특례규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게 됐다.

지분 3%만 보유하고 있으면 언제든 주주제안이나 다중대표소송, 이사·감사의 해임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재계에서는 주주들의 기업 경영 견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내용이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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