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 운전대 잡은 현동진 현대차 상무 정의선 회장이 꼽은 미래 먹거리, 로봇 개발 총 책임자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16 10:17:3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4: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동진 현대·기아차 로보틱스랩(Robotics LAB) 실장(사진)이 신규 임원(상무)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현 상무의 조직 내 역할이 확대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로보틱스는 정의선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직접 챙기고 있는 분야다. 작년 10월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곧바로 '구상'을 '현실'로 바꾸는데 집중해 왔다. 기존 사업(자동차) 비중을 낮추고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인사는 M&A 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이틀(영업일 기준) 만에 실시돼 더욱 눈길을 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인수한다고 밝혔다. 거래가 종결되면 △현대차(30%)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뿐 아니라 정의선 회장도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다.
정 회장의 지분 참여는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단순히 관심을 보이는 차원이 아니라 강력한 의지를 갖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로봇개발 책임자인 현 실장을 상무로 승진시킨 데에도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욕심과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987년생인 현 상무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미시건대에서 기계공학 석사를 마쳤다. 이어 미국 UC버클리에서 기계로봇공학 박사까지 땄다. 당시 '웨어러블 로봇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외골격형 로봇 과제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후 메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던 중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오퍼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에 본격 합류한 건 2014년 초다. 중앙연구소 인간편의연구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인간편의를 위한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후 융합기술개발팀장, 로봇플랫폼팀장 등을 거쳐 현재 로보틱스랩장을 맡고 있다. 로봇 관련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인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랩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로봇·인공지능(AI) 분야를 핵심 미래혁신 성장 분야로 선정하고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팀을 신설했다.
이후 현대·기아차연구개발본부로 이동시키고, 지난해말에는 로보틱스팀을 실급 조직인 로보틱스랩으로 확대하며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로보틱스 사업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가 굳건한 만큼 조직 확대가 가속화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현 상무는 초반엔 교통약자나 하반신 마비 환자들의 보행을 보조해주는 로봇을 연구하다가 산업용 착용 로봇 개발로 연구 범위를 넓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현 상무의 주도 하에 오랜 시간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첵스(CEX·의자형 착용 로봇)와 벡스(VEX·윗보기 작업용 착용 로봇)를 자체개발했다. 이 로봇들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업무로 인한 여러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시장이 기술 혁신과 자동화 수요에 힘입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에서 올해는 444억 달러 수준까지 커질 거란 예측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장 확대 속도를 더욱 높일 걸로 본다. 오는 2025년까지 32%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며 1772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발표 당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져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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