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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현대차, 글로벌 M&A 역량 시험대...'로보틱스' 시너지 기대첫 해외기업 매입…구글·소프트뱅크 상용화 성과 부진 넘어야

김경태 기자공개 2020-12-14 09:06:3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7: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 인수를 공식화했다. 미래 먹거리로 로보틱스를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글로벌기업인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뛰어난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했지만 별다른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퇴각했다. 현대차의 사실상 첫 해외 인수합병(M&A) 경험이라는 점도 있다.

◇로봇 분야 '독보적' 기술력 보유 불구 '구글·소프트뱅크' 상용화 어려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내 대학 벤처에서 분사해 설립된 기업이다.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박사가 1992년 창립했다. 그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MIT에 교수로 재직한 인물이다.

1980년대 1족 로봇을 만들었을 정도로 로봇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설립 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자금으로 '빅독'이라는 이름의 4족 보행로봇을 개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구글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독보적인 기술력에 주목해 2013년12월 전격 인수했다. 당시 구글은 로봇산업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었다. 앤디 루빈 전 수석부사장 주도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샀다.

하지만 구글은 성공적 M&A를 하지 못했다. 먼저 상용화에 거듭 실패했다. 빅독의 경우 미군의 이목을 끌기는 했으나 소음이 심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전장(戰場)에서 적군에 발각될 위험이 컸다. 배터리 문제 등도 지적됐다.

'이미지' 문제도 나왔다. 구글은 구글글래스를 출시하려다 논란에 부딪힌 적이 있다. 로봇까지 더해져 일종의 '빅브라더' 시선에 부담을 느꼈다. M&A를 주도했던 앤디 루빈도 떠났다.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외부에 매각했다.


그뒤 일본 토요타, 미국 아마존이 강력한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가 로봇 개 '스폿'과 함께한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주인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됐다. 당시 구글과 거래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역시 로봇산업 진출에 적극적이었고 이해관계가 맞았다.

소프트뱅크 체제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9년4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키네마시스템(Kinema Systems)'을 인수했다. 이 회사는 비전 센서와 딥러닝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산업용 로봇이 박스를 팔레트에 쌓거나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기술인 '피크(Pick)' 테크놀로지를 확보한 곳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체제에서도 상용화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홈페이지에 실적을 공개하지 않을 정도다. 미국 기업정보서비스업체에 따르면 분기당 매출은 작년3분기부터 올들어서도 1680만달러(한화 약 18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화물 하역작업 활용 로봇 픽(PICK). (출처: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사실상 첫 해외기업 인수, M&A 역량 '시험대'

현대차그룹은 1999년 기아자동차를 인수했다. 2010년에는 현대건설을 약 5조원에 인수했다. 그 뒤 2014년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기는 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권 거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현대건설 이후 10년간 M&A에 나서지 않았다.

정의선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던 2018년부터 현대차는 외부 지분투자, 합작 등에 나서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정 회장은 올 10월 부회장에서 회장이 됐다. 취임 후 두달만에 그룹의 사실상 첫 대형 해외 M&A를 성사시켰다.

지난달 현대차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설이 불거졌을 때 시장의 평가는 갈렸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로보틱스 사업 확대를 위해 인수 의지를 가졌더라도 최종 성사될지 의문을 가졌다. 이전에 토요타와 아마존도 M&A를 노렸지만 결렬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서 경영권을 인수한 대형 투자 경험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하지만 현대차가 결국 인수 협상을 성사시킬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정 회장이 현대차를 완성차제조를 넘어선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래 사업 비중이 자동차가 50%, 개인용비행체(PAV·Private Air Vehicle)가 30%, 로보틱스가 20%가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번 M&A를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점도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잇달아 자산매각에 나서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에 인수 기회가 생겼을 수 있지만 과거 토요타·아마존의 인수 시도가 무산된 점을 고려할 때 소프트뱅크·보스턴다이내믹스 측과 상당한 사전 교감, 물밑 작업이 있지 않고서는 이번 M&A를 추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에 자문을 받았다. 또 별도로 세계적 로펌 레이섬 앤 왓킨스(Latham&Watkins)도 고용해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지향적' 투자라는 점에서 이번 M&A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가진 기술력을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역량이 비약적으로 발전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다만 인수후통합(PMI) 등 향후 M&A 절차의 순조로운 진행과 경영 실적 향상이 이뤄져야 현대차의 진정한 'M&A 역량'이 확인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분 80%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각각 30%, 20%, 10%씩 확보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도 20%를 보유한다. 소프트뱅크는 나머지 20%를 갖는다.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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