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人사이드]정태영 부회장, 현대차 금융계열사 먹거리 발굴 과제자동차금융·가맹점수수료 수익성 악화,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 활로 모색
이장준 기자공개 2020-12-21 07:58:1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7일 10: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태영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유임됐다. 정 회장의 매형인 그는 현대차그룹의 금융 계열사를 18년간 이끌어왔다. 그동안 중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펼치며 이들 회사는 각 업권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지는 상황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전속(captive)사로 안정적으로 성장했으나 신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떨어졌다. 현대카드과 현대커머셜도 각각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상용차시장 업황 악화란 고민을 안고 있다. 이는 정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15일 하반기 임원인사를 진행한 가운데 정 부회장은 유임됐다. 3년 단위로 재선임되는 식이다. 내년 3월 말 만료될 예정이었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 연장된다. 황유노 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 사장 자리 역시 변동 없이 유지했다.
정 부회장이 정 회장의 매형인 만큼 유임은 자연스러운 행보로 읽히지만 금융사 CEO로서 정 부회장의 전문성도 주효했다는 평이 많다. 2003년 10월부터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사장으로 근무했다.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까지 도맡으면서 현대차증권을 제외한 모든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 물량을 전담하면서 업계 내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32조5678억원에 달한다. 2위인 KB캐피탈(12조2533억원)과 격차도 상당하다.
올 들어서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내수 차 판매가 회복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425억원으로 1년 전 2365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2월에는 독일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을 통해 독일 렌터카업체 식스트의 자회사 식스트리싱(Sixt Leasing SE)을 인수하는 성과도 거뒀다. 할부금융에 국한된 해외법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리스업으로 확장했다.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모빌리티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현대카드는 비용 효율이 높은 모집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단가를 지속해서 개선했다. 아울러 PLCC 제휴를 통해 생존 전략을 모색했다. PLCC는 카드사가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주는 카드로 해당 업체와 카드사가 수익과 비용을 나누는 게 특징이다.
스타벅스, 대한항공, 배달의민족 등 제휴처를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PLCC 제휴를 맺은 '스마일카드'는 출시 2년 반만에 발급 100만매를 돌파했다. 현대카드의 월평균 해지회원비율은 2018년 0.83%에서 올 9월 말 0.74%까지 떨어졌다. 카드업계 시장점유율(M/S)도 4위 수준이다.
여기에 비용 절감 노력까지 겹쳐 현대카드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09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2035억원보다 52.1%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557억원에서 241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현대커머셜은 트럭 등 상용차와 건설장비 할부·리스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현대차그룹의 상용차를 주로 취급하면서 캐피탈업계에서 덩치로는 5위 수준에 이른다. 9월 말 기준 총자산은 9조116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증권사가 코로나19 여파로 주춤했던 틈을 타 우량한 부동산 PF 취급을 늘리는 등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현대커머셜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47억원으로 1년 전 275억원의 2배 수준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602억원에서 915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태영 부회장은 단순히 현대차 오너가일 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를 잘 이끌어왔다"며 "그가 이끄는 3개사 모두 올해도 실적이 다 좋아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이 많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3개사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선 현대캐피탈의 포트폴리오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신차 위주로 구성된 데다 카드사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성장성이 약화했다. 논오토(non-auto) 대출도 총량규제나 부동산 관련 금융 규제 강화로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카드도 내년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있다. 카드업 본연의 먹거리인 가맹점 수수료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대커머셜도 건설경기 악화로 건전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대두되면서 기존 먹거리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졌다.
정 부회장은 적어도 향후 3년동안 새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숙제를 직접 풀어야 한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그 연장선이다. 자동차금융과 가맹점수수료 등 기존 먹거리가 줄어들자 데이터사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들 3개사 모두 마이데이터 사업 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캐피탈사가 데이터 사업에 뛰어든 건 이례적이라는 평이 많다. 마케팅을 정교화해 고객을 유인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960년생인 정 부회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美 MIT 대학원 경영학 석사 MBA 과정을 취득했다. 1987년 현대종합상사 이사, 기획실 실장을 거쳐 이듬해 현대정공으로 적을 옮겼다. 현대정공에서 동경지사장과 샌프란시스코지사장을 역임한 뒤 상무로 승진하며 미주 및 멕시코법인장으로 근무했다.
2000년 들어 현대모비스 전무가 되면서 기획재정본부장을 맡았다. 이듬해 기아자동차에서 구매본부장을 역임한 뒤 2003년부터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2007년부터는 현대커머셜 대표이사 사장까지 겸했다. 2015년 5월부터는 그룹 내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금융 계열사 3사(현대캐피탈·카드·커머셜)를 쭉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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