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사업 '접는' 대한상선, SM상선 '밀어주기' 마무리? 컨선 6척 매각, 재무 개선 효과 '톡톡'…SM상선 '소유·운영' 일원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31 10:35:5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라마이다스그룹(SM그룹) 소속 해운사 대한상선이 컨테이너선 대선사업을 사실상 접는다. SM상선이 계열사였던 대한상선의 '대선' 지원에 기대지 않고 직접 선박을 매입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을 갖추자 대선사업을 접고 보유 컨테이너선을 SM상선에 매각했다.SM상선은 2017년 출범 당시 대한상선의 도움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점차 계열사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중이다. 순환출자고리 해소로 지분관계가 끊어진 데다 자력 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체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상선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컨테이너선 6척을 SM상선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을 제외한 이사회 멤버 전원이 참석해 매각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한상선은 이번 거래를 계기로 선박 운용체제를 개편해 기존 메인사업인 벌크선 영업에 집중하고 재무구조 개선도 꾀하겠단 계획이다.
안건이 손쉽게 이사회를 통과한 건 컨테이너선 시황 호황으로 선박가치가 상승해 이익 실현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산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이다. 벌크선을 추가로 확보해 시장 변화에 적시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선박 매각을 결심한 배경이 됐다.
대상은 4300TEU급 1척과 6500TEU급 5척 등 모두 6척이다. 매각 대금은 클락슨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복수의 평가기관을 통해 산정한 선박시세의 평균치인 1361억원(1억2558만 달러)으로 결정됐다. 대한상선은 내년 7월31일 머스크 휴런(MAERSK HURON)호를 시작으로 9월4일 에스엠 닝보(SM NINGBO)호까지 순차적으로 SM상선에 넘기게 된다. 양사간 기존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선박 인도 날짜가 정해졌다.
그간 대한상선은 컨테이너선을 지속적으로 매각해왔다. 작년 11월 에스엠 뉴욕(SM NEW YORK)호 등 3척을 정리했고, 올 4월 에스엠 시애틀(SM Seattle)호와 6월 에스엠 찰스턴(SM Charleston)호, 7월 에스엠 밴쿠버(SM Vancouver)호, 8월 에스엠 홍콩(SM HongKong)호, 9월 에스엠 타코마(SM Tacoma)호 등을 차례로 처분했다. 최근 1년 간 매각한 컨테이너선만 10척이 넘는다. 대신 벌크선박을 꾸준히 인도받았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대한상선이 소유한 컨테이너선은 3척으로 줄어든다. 그동안 사실상 SM상선을 상대로 대선 영업을 펼쳐왔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업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 다만 아예 사업 자체를 접는 건 아니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선박 처분은 재무구조 개선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연간 영업이익의 3배가 넘는 금액(1361억원)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대한상선은 2017년 367%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을 올 3분기 기준 208%로 낮추는 등 꾸준히 재무상태에 신경을 쓰고 있다.
SM그룹 해운부문 관계자는 "이번 선박 매각으로 대한상선은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며 "모회사인 대한해운 역시 연결 재무제표상 영향을 향유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거래로 SM상선의 홀로서기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M그룹이 컨테이너선 사업을 위해 2017년 설립한 SM상선은 출범 초기 대한상선이 소유한 컨테이너선과 컨테이너박스 등을 빌려 영업을 시작했다. 자체적으로 선박과 장비 등을 마련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대한상선의 지원 덕에 출범 3개월 만에 첫 배를 띄울 수 있었다.
물심양면 지원이 가능했던 건 같은 SM그룹 소속 해운사이자 지분관계가 얽혀있었기 때문이다. 대한상선은 2017년 말까지 SM상선 지분 6.58%를 보유하고 있었고 모회사인 대한해운도 지분 7.44%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SM그룹이 전사적으로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서며 지분관계가 정리됐다. 자연스레 사업적 협력도 줄어들었다.
SM그룹은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순환출자고리 해소 작업을 시작했다. 계열사간 지분 매각과 합병 등으로 185개의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꼬박 2년 반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대한해운과 대한상선은 보유 중이던 SM상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지금은 삼라마이다스(41.37%)와 티케이케미칼(29.55%), 삼라(29.08%)가 SM상선 지분 100%를 들고 있다.
최근엔 3명의 대표이사가 각사의 독립경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기도 했다. 해운3사를 총괄하던 김칠봉 전 부회장이 지난 9월 경영에서 물러나며 3사를 하나로 묶던 구심점이 사라졌다. 해운부문 전반이 아닌 각사별로 경영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사실상 계열사 지원보단 각자도생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회사 측은 SM상선이 컨테이너선 소유와 운용을 동시에 하는 방향으로 정리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SM상선이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등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체력이 갖춰졌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란 의미다.
앞선 관계자는 "해운3사는 각사별 독립경영 체제가 구축돼 있다"며 "SM상선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기존 소유(대한상선)-운영(SM상선) 구조를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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