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desk]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마지막 퍼즐

박상희 차장공개 2020-12-31 08:37:5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0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여년전 주니어 기자 시절 서울 플라자호텔 로비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우연히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젊은 시절 술을 좋아했다면서 평생 마신 술이 탱커(유조선) 몇척은 될 것이라면서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뇌리에 남았다.

송구영신(送舊迎新), 2020년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가오는 2021년을 맞이해야 하는 시점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기업 어느 기업인이나 매한가지겠지만 한화그룹이 신축년(辛丑年)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2014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7년 만에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사법 이슈에 휘말리면서 2014년 2월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회사의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김 회장은 아버지 김종희 창업주가 별세하면서 29살 이른 나이에 총수에 올랐다.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은, '준비 안 된' 재벌 총수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쳤을 것이다. 그 결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2019년 기준 매출액 60조원, 자산총액 70조원 넘는 재계 7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1952년생인 김 회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기업을 경영하는데 올곧이 쏟아부었다. 때문에 자의가 아니었던 '7년 경영 공백'은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동시에 오랜 공백을 깨고 경영에 복귀하는 만큼 포부도 남다를 것이다.

시장에선 김 회장의 경영 복귀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시각이 많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필두로 한화 3세가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지분을 비롯한 소유권 차원의 경영권 승계가 구체화 된 적은 없다.

최근 한화그룹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100% 소유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 산하 계열사들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기업공개(IPO) 작업에 돌입했고 한화솔루션은 계열사 흡수합병과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삼남 김동선 상무보는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이자 한화종합화학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에 입사했다. 일련의 행보가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치 않다는게 시장의 시각이다.

한화그룹에선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한 적은 없다. 김 회장 복귀 이후 본격적인 승계 밑그림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두문불출 하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에 대한 고심을 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이다.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김 회장과 그의 아들들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이 보여주듯 대기업의 오너십 변화를 지켜보는 세간의 눈들이 많다. 약간의 편법 의혹이나 꼼수도 용인되지 않는 시대다.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회적 신뢰 측면에서도 경영권 승계 절차가 정당성을 갖췄음을 입증해야 한다.

경영권 승계는 대기업 총수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다. 수많은 경영 업적을 쌓았어도 자녀로의 경영권 승계를 아름답게 마무리 짓지 못하면 오점을 남길 수 있다. 김 회장의 경영 철학은 신용과 의리, '신의'로 집약된다. M&A로 사세를 키운 만큼 승부사적 기질도 다분하다는 평가다. 그의 경영 스타일과 철학이 승계 과정에서 어떻게 투영될지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