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ISC, 과감한 투자 전략 '성장 마중물' 톡톡1회차로 기업 인수, 공장 증설에 2회차 활용 '턴어라운드 굳히기'
방글아 기자공개 2021-01-28 11:19:07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6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테스트장비 부품업체 ISC가 전환사채(CB)를 성장 마중물로 요긴하게 쓰고 있다. 2014년 기업 인수대금 마련을 위해 처음으로 CB를 찍은 뒤 최근 행보는 더 과감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해 두 번째 CB를 발행하면서 규모를 네 배 이상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집행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올해 확대한 생산능력(캐파)을 기반으로 턴어라운드 기조를 굳힌다는 계획이다.ISC는 최근 1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공장 증설을 마치고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투자금은 지난해 조달한 300억원 규모 2회차 CB를 활용했다. 생산설비 이전까지 마무리하면서 올해 연매출 12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는 턴어라운드 기조를 굳히기 위한 것이다. 앞서 ISC는 2년 동안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2017년 1126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낸 뒤 2년 연속 역성장했다. 2019년 매출액은 877억원으로 전년대비 24.3% 줄었다.
이에 지난해의 경우 턴어라운드 원년 삼아 반전을 도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5.8% 증가한 89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2회차 CB 발행으로 유입된 300억원이 성장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발행 당시 ISC의 자산총계가 2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과감한 결정이었다. 전환가가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전량 주식 전환 시 지분 16.5%를 내어 줘야 하는 물량이다. 규모 면에서도 같은달 코스닥 시장에서 발행된 CB 가운데 지더블유바이텍(400억원), 큐로홀딩스(350억원)에 이은 세 번째였다.
하지만 표면·만기이자율 모두 무이자에 발행돼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투자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과감하게 결정한 배경이 됐다. 실제 자금 용처를 베트남 공장 증설(100억원)과 운영자금(150억원), 설비자금(50억원)에 정했는데 이후 베트남 생산설비 보강의 실적 기여도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ISC는 연구·개발(R&D) 중심 하이엔드(High-end) 제품을 주력 생산하는 국내 공장과 로우엔드(Low-end)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베트남 공장을 운영하면서 투트랙 생산 전략을 쓰고 있다. 매년 매출의 60% 안팎을 미주와 동남아, 중국 지역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어 베트남 공장의 성과가 ISC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다.
증설로 나타난 원가절감이 그룹 전반의 수익성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ISC 관계자는 "해외 생산 비중이 80%가량 차지하는데, 베트남 공장 증설로 마진율 높은 제품의 대량 생산이 이뤄져 (작년 흑자 전환에) 원가절감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증설에 따른 매출 효과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ISC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메모리 부분 글로벌 업황이 개선되면서 작년 4분기부터 주문량이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DDR5 전환에 따른 ASP(평균판매단가) 상승 효과(약 20~30%)가 올해부터 본격 잡힐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런 CB 자금의 요긴한 활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도 신성장동력 확보에 CB 자금을 활용해 성과를 냈다. 그해 3월 70억원어치 첫 CB를 발행해 일본 소재 JSR 마이크로테크 지분 100%를 22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48억원어치 특허 취득 등으로 현금창출능력을 개선했다. 이로 인해 1년 사이 자산과 매출 규모가 각각 38.7%, 30.2% 증가했다.
1회차 CB 역시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 모두 무이자로 발행했다. 당시 CB는 이듬해 전액 주식으로 전환됐으며 그보다 규모를 네 배 이상으로 확대한 2회차 CB도 최근 순차적으로 전환 청구가 이뤄지고 있어 자본금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CB가 금융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대규모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적기에 쓰이면서 성장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다만 당분간 추가 발행은 없을 것으로 전해졌다. ISC 관계자는 "2회차 CB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내년 말 입주할 판교 신사옥 건설과 운영자금으로 순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며 "현금성자산이 풍부한데다 정부에서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데 따른 지원을 받고 있어 추가적인 자금 수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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