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소와 vs 국민은행' 소송, OJK 권한 인정의 문제 인니 당국 조건에 맞춰 부코핀 인수, KB 불법행위 주장 근거 약해
김현정 기자공개 2021-01-28 07:31:06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소와(Bosowa)그룹이 KB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인수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며 최근 소송을 제기한 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의 '승인 권한' 자체를 부정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은 현지 당국이 제시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코핀 지분인수를 했지만 기존 주주였던 보소와는 'OJK의 권한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로 소송을 걸었다.결국 이번 사태는 보소와그룹과 현지 금융당국 사이의 갈등 불똥이 국민은행으로 튄 상황으로 봐야 한다. 이는 이번 소송으로 인해 국민은행이 큰 부담을 떠안게 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보소와그룹은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OJK가 위법을 저질렀다며 OJK를 상대로 최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 OJK와 국민은행 두 곳을 상대로 1조6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공동 손해배상 소송을 함께 제기했다. 금액 자체가 엄청난 수준이어서 업계 이목이 단번에 쏠릴만한 이슈가 됐다.
우선 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과 8월 각각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하고 부코핀은행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2018년 7월 부코핀은행에 지분 22%를 처음 투자했고, 작년 7월 11.9%, 8월 33.1%를 취득해 총 67%의 지분을 갖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보소와그룹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분율 11.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부코핀은행의 체질개선 작업에 들어갔고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뒀다. 이후 4개월 만에 리테일 고객 수가 3배 증가했고 주가도 점점 올라 이달 둘째 주에는 역대 최고점(845루피, 한화 약 67원)을 찍었다. 올해부터는 부코핀은행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 범위를 확대하는 데 보다 심혈을 기울이려고 했다.
이런 와중에 2대주주인 보소와그룹이 OJK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혼란이 야기됐다. 보소와그룹은 OJK가 법조항을 어기고 자신들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했으며 지난해 8월 국민은행을 상대로 한 부코핀은행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과정에서도 적법한 절차를 어겼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민은행과 OJK를 대상으로 공동 손배소송까지 제기한 것이다.
고소장을 살펴보면 보소와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불법행위 크게 네 가지로 요악된다. △외국인주주의 지분 40% 한도 제한을 어겼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 10% 지분이 넘었을 때 OJK의 특별승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몇 가지 인수과정 절차가 생략됐고 △강제공개매수 제도도 피해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은 당초 외국자본의 은행업에 대한 진출장벽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의 현지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0%로 제한해놓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OJK의 승인이 있을 경우 혹은 Tier1 자본(기본자본) IDR 3조 이상인 경우엔 40%룰의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 지분 67%를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더불어 부코핀은행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국민은행이 33% 지분을 확보했을 때 OJK의 '특별승인'이 내부적으로 있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기업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한 지분 확보 경우 소수지분까지 강제로 사들여야 하는 '강제공개매수 제도'가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OJK의 승인에 따라 이를 벗어날 수 있었다.
또 현지법상 외국계 금융기관이 경영을 하려면 구조조정 차원에서 현지 부실은행 2곳을 인수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를 피해갈 수 있도록 해줬다. 은행업 여건을 고려해 신주 단가도 최대한 국민은행에 유리하도록 책정했다.
이는 OJK가 부실 은행을 살리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해외로 매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 경우 2003년 인도네시아 은행 BII(Bank International Indonesia) 지분 투자를 했다가 철수한 적이 있어 현지 당국과 교류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OJK가 현지 부실 은행을 정리하는 데 있어 국민은행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봤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어떤 경우든 국민은행은 OJK의 승인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코핀은행을 인수한 것이지 특별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국민은행이 이번 소송을 별 무리 없이 넘길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소와그룹 측이 국민은행의 위법행위라고 제시한 사례들 모두 사실상 OJK의 권한에 관한 일들"이라며 "국민은행과 직접적 연관성은 떨어지는데 보소와그룹은 국민은행이 현지 당국이 제시한 인수조건에 맞춰 지분 인수를 한 것이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송 결과 현지 당국에서 제시한 조건 안에서 지분 인수 절차를 진행한 것이 부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다면 국민은행은 불법행위자가 아닌 오히려 피해자가 되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인도네시아 안에서 OJK의 권한은 매우 강하다”며 “부실은행을 살리는 과정에서 OJK 판단 아래 융통성 있게 딜이 진행되는 만큼 국민은행의 죄라면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른 게 죄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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