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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실적' 농심, 17년째 '주당 4000원' 배당금 고정 '코로나19 수혜' 작년 순이익 급증, 보수적 배당성향 유지

전효점 기자공개 2021-02-02 08:09:10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심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분기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배당 증액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2004년 이후 17년간 고수한 주당 배당금 4000원을 올해도 유지한다.

농심은 4월 지급 예정인 2020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4000원을 책정했다고 1일 밝혔다. 배당총액은 231억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수혜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도 배당 증액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배당 발표 직후 주주들 가운데 일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농심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배당금 증액 유인이 큰 대주주와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다. 작년 3분기 기준 지주사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45.5%에 이른다. 최대주주는 32.7% 지분을 보유한 농심홀딩스다. 이어 신춘호 회장이 5.8%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대주주는 11.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그외 소액주주가 나머지 42.7%를 보유하는 구조다.


농심은 지주사 전환이 이뤄진 2004년 주당 배당금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상향했다. 이후 올해까지 18년간 배당금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오고 있다. 이 기간 농심 실적이 성장보다는 현상유지에 그쳤기 때문이다.

2003년 농심은 연결 기준 매출 1조567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 당기순이익 103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출은 2008년 1조7600억원, 2009년 2조원, 2015년 2조1820억원 등 완만하게 증가했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간 40% 정도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이 기간 연결기준 연간 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도 1000억원 밑으로 감소한 뒤 2009년까지 800억~1000억원 사이를 유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이 기간 800억원 내외를 오갔다.

당기순이익률은 오히려 줄었다. 배당총액은 연간 230억원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순이익이 줄어들면서 배당성향은 매년 상승했다. 2004년 17.6%에서 2006년 20.5%, 2014년에는 35.8%까지 증가했다.

배당 재원이 되는 미처분 이익잉여금 계정도 늘어나고 줄기를 반복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16년 126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에는 2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2018년과 2019년까지 평균 수준인 1000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농심 입장에서는 이익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접어들지 않고 박스권을 오가는 상황에서 배당을 굳이 증액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는 좀 달랐다. 농심이 20여년 만에 대목을 맞으면서 이익이 폭증한 해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효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집에서 간단하게 끓여먹을 수 있는 한국 라면이 각광을 받으면서 농심 '신라면'은 글로벌 대박을 떠뜨렸다. 3분기 매출이 이미 전년도 실적을 넘어설 정도였다. 증권업계는 농심의 2020년 매출이 전년대비 12% 증가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0%, 130%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은 지난해 농심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성장의 초입으로 평가하고 있다. 작년까지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급상승한 가운데 농심은 올해 미국 제2공장을 준공하고 중남미향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무궁한 잠재력을 가진 신시장 문 앞에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장 기대와 달리 농심은 주당 4000원의 배당금을 고수했다. 농심 측은 한해 실적이 좋았다고 해서 배당을 늘리기 보다 이전 기조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이렇다 할 배당 상향 계획은 없다"며 "실적 등락에 상관없이 일정한 배당 규모를 유지해온 것 자체가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주주친화적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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