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탓에 ‘대명’은 가슴 뛰는 추억의 이름이다. 설날 조부모 슬하 일가친척이 모이면 어김없이 향한 곳이 설악산 ‘대명콘도’였다. 대명은 오매불망 기다리던 연례행사였고 가족 화합의 상징이었다. 북쪽 울산바위가 병풍을 두르고 동해바다 수평선으로 ‘커다란 해(大明)’가 용솟음치던 대명에서 자연의 위용을 체감했다. 선친은 어린 아들과 일출을 보면서 "넓게 살라"는 말을 했다.일개 지방 건설사로 출발한 대명은 대명콘도를 발판삼아 레저그룹으로 발돋움한다. 대명콘도는 대명리조트에서 델피노로 이름을 바꾸고 골프장 등을 겸하는 고급 레저시설로 진화했다. 현재 대명소노그룹은 상장사 대명소노시즌을 비롯 총 28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사 체제를 갖췄다. 1979년 포항에서 대명주택사무소를 연 이래 레저산업 창달에 투신한 창업주 고 서홍송 회장이 뿌린 씨앗이 큰 열매가 됐다.
선견지명과 뚝심으로 6개월 만에 IMF 위기를 돌파했던 창업주가 2021년 자리를 털고 일어났더라면 지금의 팬데믹을 보고 어떤 말을 했을까. 코로나19로 국내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았지만 여행 · 레저업의 피해는 차원이 다르다. 시쳇말로 '한철장사'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던 물놀이(오션월드), 스키장(비발디파크)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창사 이래 겪어보지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만난 대명소노 전략기획실 간부는 "종이 한장도 아껴쓰고 있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어머니 박춘희 회장을 보필하면서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2세' 서준혁 부회장은 지난해만큼 아버지의 부재가 야속한 적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그룹의 근간인 레저, 투숙업이 흔들리자 렌탈식 '구독경제'를 도입해 웨딩, 상조서비스를 시작하고 소노펫(pet)을 런칭해 반려동물 투숙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침대시장에도 진출해 투숙 체험과 렌탈을 묶는 실험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탄력적 체크인-아웃 서비스를 도입한다. 당장 손실된 매출액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일지 몰라도 위기 덕에 대명의 DNA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백신 접종 이후 여름 '보복소비'가 번지면 진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다.
올해는 서 전 회장의 20주기다. 부친 영면 당시 당시 대학생이던 아들은 이제 마흔줄의 어엿한 리더가 됐다. 과거의 영광은 유산이 됐고 이제 위기라는 시험지만 서 부회장의 손에 들려 있다. 외롭겠지만 감내해야 할 자리다. 믿을 것은 그의 핏속에 흐르고 있을 뚝심의 DNA다. 그는 섬세함까지 갖췄다. 서 회장이 살아 있었다면 아들에게 무슨 말을 해줬을까?. 사명처럼 크고 밝은(大明) 눈으로 성심성의껏 경영을 하라고 일러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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