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04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디에프가 처음으로 장기 CP(기업어음)를 발행했다.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차입구조 장기화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업성과 재무건전성이 모두 악화되고 있는 만큼 조달 창구를 장기CP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난해 1월 사상 첫 시장성조달이었던 사모채를 발행한지 1년 만에 장기 CP로 선회했다는 점은 맹점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도 피했다. 장기 CP는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같아 장단기 금융시장을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차입구조 장기화 일환...전매제한 조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4일 5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만기는 1년 11개월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대표 주관을 맡았다. 조달한 자금은 지난해 2월에 발행한 만기 1년짜리 CP를 차환하는 데 사용한다.

신세계디에프가 장기 CP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기 차입에 의존하는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신세계디에프는 2019년부터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차입에 의존하다보니 2018년 말 기준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 차입 비중이 83%에 달했다. 장기 차입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1월 사상 처음으로 사모채 1100억원을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사채의 만기는 3년, 금리는 2.5%다. 2015년 4월 설립된지 5년 만에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했다. 유상증자와 은행 차입이 아닌 사상 첫 시장성 조달이었다.

이런 노력 아래 2020년 10월 말 기준 장기 차입금의 비중은 49%까지 높아졌다.


다만 장기 CP를 활용한 만큼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단기금융시장은 기업어음과 전자단기사채 등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물 마련을 위해 조성된 곳이다. 하지만 장기 CP는 외형상 단기어음이지만 만기와 공모구조 등 실질은 장기 회사채와 동일하다.

장기 CP는 수요예측을 진행하지 않는 데다 조달 비용도 상대적으로 회사채보다 낮게 형성된다. 가격 결정과 수요 모집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신세계디에프는 이번에 증권신고서 없이 장기 CP를 발행했다. 사실상 투자자가 발행 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폐단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만기 1년 이상인 장기CP를 찍을 경우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보호예수 1년을 취할 경우 전매제한 조치로 인정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신세계디에프가 활용한 방법이다.

◇코로나19 장기화, 실적 부담 가중...신용도 전망 '부정적'

신세계디에프는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12월 진행한 기업어음 정기 평정에서 신용등급 A2+를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급격한 수요 위축으로 영업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정상화 시기 역시 불확실하다”며 “지난해 진행된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면세점 임차료 구조 변화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중단기적인 신용도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가 2015년 4월 면세점 사업의 효율 증대를 위해 지분 100%를 출자해 세운 계열사다. 서울 명동, 강남과 인천국제공항, 부산 등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 신라와 함께 국내 면세점 업계의 ‘빅3’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누적 3분기 매출 1조1627억원, 영업손실 511억원을 냈다. 매출은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1178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그나마 지난해 9월 인천공항 면세점의 임차료 정산이 매출 연동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4분기부터 부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 12월 임원 인사에서 대표이사와 재무관리 임원 등을 모두 교체하며 활로를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새로운 수장으로 ㈜신세계 백화점부문에서 판매직과 경영관리 등을 거친 유신열 대표가 선임됐다. CFO 자리인 재무관리담당은 호텔신라에서 일하던 외부 출신 이유석 상무가 바통을 이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