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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기관-행장 사모펀드 징계 수위 왜 갈렸나 중-경징계, 이전과 다른 결론…김도진 재임기간·피해구제 노력 등 고려

김규희 기자공개 2021-02-10 07:38:16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9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IBK기업은행에 대한 사모펀드 사태 징계를 두고 이전 엇비슷한 사례들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결론을 내려 배경이 관심을 끈다. DLF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다른 곳들은 기관(은행 및 증권사) 징계와 책임자(CEO) 징계를 '동일 수위'로 부과했지만 기업은행은 이를 다르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제재심은 지난 5일 디스커버리펀드와 라임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대한 심리를 마치고 업무 일부정지 1월 및 과태료 부과 등 '중징계'를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반면 김 전 행장에 대해서는 주의적 경고, 사모펀드 판매 업무를 책임졌던 부행장에게는 감봉 3개월 건의 등 '경징계' 결론을 내렸다.

비슷한 문제를 두고 다른 기관과 책임자에게 물었던 제재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이전까지는 기관과 임원의 제재 수위를 모두 '중징계'로 동일하게 이어왔으나 김 전 행장에게는 경징계 판단을 내렸다.

우선 우리·하나은행의 DLF 사태 제재를 두고 기관과 행장에게 모두 중징계를 내렸다. 우리은행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 이유로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 기관 중징계를 부과했다. 또한 펀드 판매 당시 행장이었던 손태승 회장에게는 문책 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하나은행도 같은 이유로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 기관 중징계, 책임자였던 함영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은 문책 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있었던 라임 펀드 사태 관련 제재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금감원 제재심은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업무 일부정지와 과태료 부과 건의를 결정했다. 김병철 전 대표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줬지만 김형진 전 사장에게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KB증권과 대신증권 역시 비슷한 이유로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처분 등 기관제재가 내려졌고 경영진이었던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직무정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직무정지)에게도 중징계가 의결됐다. 기업은행만 유독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재제심이 김 전 행장의 재임시기를 고려해 징계 수위를 낮췄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김 전 행장이 재임하는 기간 내에 디스커버리펀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피해 구제에 나서야 했던 시점에는 남은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상당을 판매했다. 이후 2019년 3월 투자금을 운용하던 미국 운용사 DLI 대표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며 모든 자산이 동결됐다. 같은 해 12월 김 전 행장은 기업은행을 떠났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잔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지속해 끌고 나가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또 기업은행이 이후 피해 구제에 적극 노력한 점 등이 징계 수위를 낮추는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평도 있다. 기업은행은 김 전 행장 퇴임 이후인 2020년 6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피해자와 간담회를 갖고 피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최대50%를 선가지급 형태로 지급했다. 배임 소지 등 문제를 제기하며 배상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다른 은행들과는 확실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선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징계 수위를 갑작스레 조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 등 금융사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감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내부 직원이 검사계획 문건을 청와대 행정관(전 금감원 팀장)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나는 등 금감원이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있는 만큼 향후 진행될 라임펀드 관련 제재심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임직원에 대한 징계는 금감원장 결재로 확정되지만 기관제재는 차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 만큼 감경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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