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IPO]'몸값 55조' 빅딜이 부른 '나비효과'경쟁 이커머스 밸류 확대·상장 가속화, '합종연횡' 물류기업에도 파급
최은진 기자공개 2021-02-18 08:07:12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의 국적에 논란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 미국시장에서 55조원의 몸값을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아직 수요예측 전이긴 하지만 외신들이 추산한 밸류에이션은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는 '한국'이라는 한계를 충분히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의 몸값은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로 이어진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고 더욱 비대해 질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합종연횡도 가속화 할 전망이다. 로켓제휴 등 물류사업이 확장되면서 대형 택배회사들 역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커머스 뿐 아니라 다른 산업군까지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 거래액 대비 멀티플 2.3배
쿠팡의 모기업 쿠팡 Inc의 밸류에이션을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은 대략 500억달러, 우리 돈 55조원 정도로 추산한다. 앞서 1월 초 블룸버그에서 추산한 가치는 300억 달러로 우리 돈 33조원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30조~60조 안팎정도가 시장에서 보는 예상몸값이다.
이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외국기업 가운데 2014년 알리바바 다음으로 최대 규모다. 당시 알리바바는 기업가치가 1680억달러로 우리 돈 186조원에 달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는 20조원이다. 쿠팡 Inc는 알비바바 밸류에이션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가치로 평가받았다고 분석된다.
이는 국내 경쟁 이커머스 기업들에게 새로운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거래액(GMV)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 쿠팡 추정 거래액 24조원의 약 2.3배에 달한다.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에 반영된 1배 안팎의 멀티플 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를 적용하면 쿠팡과 다른 사업모델이기는 하지만 거래액 기준으로 압도적인 네이버에 더 큰 밸류에이션을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분사가 유력시 점쳐지고 있는 네이버 쇼핑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내벤처 '네이버 포레스트 CIC'의 상장 시나리오가 국내는 물론 해외상장까지도 노려볼 만한 충분한 가능성도 함께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밖에 국내 상장을 추진하거나 염두에 두고 있는 티몬과 11번가, 쓱닷컴 등의 밸류에이션도 대폭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 상장 및 투자유치할 때 경쟁사의 밸류에이션을 벤치마크 하는 건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성장하면 다 죽는다'고 우려하던 시장 분위기와는 다르게 현재 경쟁 이커머스 기업들은 여전히 연명하고 있다. 쓱닷컴의 경우엔 쿠팡의 약점인 신선식품을 집중공략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간 거래액이 대략 5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해 쿠팡의 멀티플을 단순 적용하면 기업가치가 10조원 안팎으로 커진다. 시장지배력이나 인프라 등을 감안해 멀티플을 축소하더라도 대략 6조원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2019년 쓱닷컴이 어피니티 파트너스(Affinity Partners)로부터 투자유치를 할 당시 기업가치가 3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쿠팡 Inc의 상장으로 핫해진 시장 분위기를 틈타 경쟁 이커머스 기업들이 상장에 더욱 속도를 낼 여지가 크다.
◇생존위한 변화예고, 경쟁사·물류기업 '연합' 불가피
동종기업의 밸류에이션 외 또 다른 변화로 예상되는 게 있다면 이커머스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 Inc가 상장하며 수조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이는 쿠팡으로 흘러들어가 사세 확장에 활용된다. 증권신고서에 조달 자금의 용처로 기업인수(acquisition)를 꼽았다는 점은 외형확장을 위한 전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지금보다 덩치가 불어나면 특정 '유통 인프라'로서 군림할 가능성이 커진다. '규모의 경제'는 필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기존 유통기업들의 생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를 감안하면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은 쿠팡에 대적해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 대형화 해야 할 유인이 확대된다. 결국 경쟁사끼리 연합하는 방식의 전략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이러한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연합이 추진 중이고 GS리테일은 계열사인 GS홈쇼핑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을 파트너사로 끌어들였다. 보다 더 새로워진 대형화 전략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외의 산업군에도 쿠팡 Inc의 상장은 상당한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물류사업이 중심에 놓여있다.
쿠팡은 이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가장 핵심 경쟁력으로 물류를 키우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배송 인프라를 내재화 시키면서 로켓배송을 빠르게 안착시켰고 이를 직매입 상품 뿐 아니라 쿠팡에 상품을 제공하는 셀러를 대상으로 하는 로켓제휴까지 시작했다. 아마존의 매출을 급속도로 팽창시킨 핵심 전략을 그대로 차용하면서 물류사업자로서 커가겠다는 야망을 드러냈다.
이렇게 되면 셀러들이 이용하던 기존 물류사업자와의 거래관계는 끊기게 된다. 1위 사업자인 CJ대한통운은 물론 중소 물류사업자에 큰 타격을 입힌다. 결국 물류사업자들도 쿠팡의 모델을 차용하며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실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풀필먼트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단순 배송이 아닌 보관·포장·재고관리·교환·환불 등 물류와 관련된 전 과정을 담당하는 일원화 서비스를 도입하며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이미 2년 전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에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하며 이커머스 셀러들을 화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쿠팡을 압도하는 거래액을 자랑하는 네이버와 손 잡으면서 네이버의 전담 풀필먼트 사업자로 도약했다.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다른 중소 물류사들 역시 자체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하며 이커머스 기업들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만들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쿠팡 Inc의 상장은 단순히 쿠팡 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파장과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당장 이커머스와 유통기업의 밸류에이션과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고 물류사업자의 사업 영역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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