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증권, 등급 상향세 속 홀로 소외…배경은 우발채무 부담 심화, 꾸준한 증가…리스크 관리 한계
피혜림 기자공개 2021-02-19 13:55:0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이 경쟁사의 신용등급 상향세를 지켜만 보고 있다. 자본 규모 1조원 안팎의 중소형 증권사가 잇따라 등급 상향 혹은 '긍정적' 아웃룩을 달고 있지만 하이투자증권만은 이같은 흐름에서 비껴갔다.은행계로서의 안정성과 조단위 자본력, 실적 개선 등을 두루 이뤘지만 현 등급 이상의 펀더멘탈로는 쉽사리 도약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발목을 잡은 건 우발채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우발채무를 적극적으로 줄여나간 것과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도리어 부담이 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가 우발채무를 증권사 신용도의 핵심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리스크 관리 없이는 등급 상향 궤도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자본 확대 속 우발채무 우려 지속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별도 기준 13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728억원)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하이투자증권이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실적 기준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실탄 확보에도 공을 들였다. 하이투자증권은 2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자기자본 1조원 증권사로 도약했다. 올 4분기말 기준 자본 규모는 1조 539억원이다.
자본확충으로 하이투자증권은 경쟁사 대비 상당한 저력을 갖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유안타증권(1조 3076억원)과 한화투자증권(1조 2181억원)의 뒤를 이어 A급 중소형사로는 세 번째로 큰 자본 규모를 드러냈다.
수익성과 실탄을 두루 갖췄지만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신평업계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는 양상이다. 증권사 신용평가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우발채무 부담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 3분기말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133%로, A급 중소형사 중 100%를 넘어선 유일한 곳이었다. 자본 확충으로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버퍼(buffer)를 만들고도 이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우발채무를 늘려 도리어 비율이 증가했다.
우발채무 리스크로 하이투자증권은 금융계 증권사로는 이례적으로 등급 상향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자기자본 1.2조원으로 도약한 교보증권은 A+에서 AA-로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뒤이어 IBK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 등도 A+등급에 '긍정적'을 달아 등급 상향 가능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과의 연계로 사업 안정성을 다진 현대차증권도 상향세에 동참했다. 코로나19발 변동성 심화에도 끄덕없는 이익창출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 등에 힘입어 AA-와 A+ 스플릿 상태에 놓였다. 그룹 기반의 중소형사가 수익성과 자본 여력 등을 바탕으로 크레딧을 개선하는 것과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홀로 A+ 펀더멘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타 중소형사의 경우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을 높이다보니 이익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하이투자증권은 고위험-고수익 성향인 탓에 최근의 실적 상승을 견고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사 행보와 대조, 우발채무 증가 부각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 추이 경쟁사와 비교해도 눈에 띈다. 2017년말까지만 해도 AA급 메리츠증권을 필두로 A급 교보증권과 IBK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자기자본을 뛰어넘는 우발채무 규모로 우려를 샀다.
하지만 신용평가사의 경고에 대부분의 증권사는 리스크 관리 기조로 돌아섰다. 교보증권과 IBK투자증권 등은 이듬해 '우발채무/자기자본' 비중을 100% 미만까지 끌어내렸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2018년 우발채무 부담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곧바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9년말 금융당국이 우발채무 규제 강화에 나설 정도로 해당 이슈가 화두로 부각됐다는 점에서 이례적 행보였다. 당시 대부분의 증권사가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으나 하이투자증권의 우발채무/자기자본 지표는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우발채무/자기자본 지표가 100%를 넘어선 곳은 하이투자증권(133%)과 메리츠증권(117%), 신한금융투자(117%)가 유일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2019년말 보다 해당 비중을 낮춘 것과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홀로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4분기말 기준으로도 우발채무 증가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잠정 실적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올 4분기말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저는 136.8%로, 올 3분기말(133.1%) 대비 3%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발채무 부담이 내재하나 총위험액 대비 양호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우발채무의 상당 부분인 부동산 PF의 경우, '부동산채무보증비율' 최대 100%로 제한하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에 따라 2020년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85.03%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철저한 LTV 기준 적용 및 시공사와 신탁사의 A등급 신용등급을 고려한 담보물 확보 등 외부적인 충격 발생 시에도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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