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3색 중고 플랫폼]M&A 기로 중고나라, 분위기 반전 꾀할까④수익성 기대 밑돌아…사기거래 축소·다각화 '관건'
김병윤 기자공개 2021-03-16 10:26:34
[편집자주]
온라인 중고 플랫폼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경제성과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는 눈에 띄는 성장 속도로 유니콘을 넘보고 있기도 하다. 국내 가장 '핫'한 중고거래 플랫폼 세 곳의 특징과 경쟁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07: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나라는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3년 인터넷 카페로 출발한 뒤 2013년 법인화했다. 사업의 모태인 인터넷 카페를 비롯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앱)을 통해서도 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오랜 업력과 여러 사업 루트를 기반으로 약 2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매출 확대 꾸준…만성 적자구조 아쉬움
중고거래를 선도한 중고나라는 법인 설립 뒤 매출처를 다각화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주된 수입원인 광고 수수료 외 △협력업체 수수료 △안전결제 수수료 등으로 매출처를 넓히고 있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 수수료는 중고나라의 협력업체로 등록하면서 지불하는 일종의 요금이다. 일반 중고품 판매자 대비 신뢰도가 높은 사업자라는 뜻이다. 사기거래의 위험이 적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상대방이라는 인증이기도 하다.
매출처를 다각화한 효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중고나라의 매출은 2017년 26억원에서 2년 만에 54억원으로 늘었다. 2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다만 매출의 확대 속도가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중고거래 플랫폼의 큰 축인 모바일 앱으로의 전환이 경쟁사 보다 비교적 늦은데 따른 결과라는 평가다. 중고나라가 모바일 앱을 출시한 건 2016년이다. 인터넷 카페가 생긴 지 13년 만이다.모바일 앱의 출시가 늦은 탓에 인터넷 카페 대비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고, 이에 모바일 유저(user)의 흡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시각이다.
수익성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2018년 20억원대의 영업적자는 일 년 만에 60억원 가까이로 커졌다. 매출원가가 한 해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여파다. 중고나라의 2019년 매출원가는 약 24억원으로 1억원 안팎을 기록했던 예년 대비 크게 늘었다. 매출원가율은 2018년 2.7%에서 일년 뒤 44.6%로 뛰었다.
이는 중고나라가 일부 상품을 직접 매입한 뒤 판매하는 비지니스를 취했기 때문이다. 중고품을 사들이는 데의 지출이 매출원가로 인식됐다. 다만 이같은 사업 모델은 현재는 추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비용 구조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외부로부터의 차입은 거의 없다. 현재까지 조달한 시장성 자금은 2019년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이 전부다. 이 CB는 전량 푸른투자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매입했다.
◇사업 다각화 고민…M&A 성사 여부도 관심
중고나라는 비대면 거래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거래 당사자끼리 온라인으로 거래를 하고 택배 등으로 중고품을 주고 받는다.
때문에 중고나라가 사업에 있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거래의 신뢰 제고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마주하지 않는 탓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과거 단순히 중고품을 사고파는 공간을 제공했다면 이제는 플랫폼 내에서 일어나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으로 진화했다. 신뢰 제고는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관련해 중고나라가 집중하는 것은 '안전결제'다. 거래 상대방이 급작스레 연락이 두절되거나 플랫폼상 제공된 제품과 다른 내용물이 배송되는 등의 사기거래를 막고자 내놓은 것이 안전결제다.
중고나라는 에스크로 방식인 안전결제를 지난해 8월 시행하면서 결제 시스템을 손봤다. 안전결제 수수료 부담 주체를 판매자에서 구매자로 변경했다. 판매자가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수수료를 물더라도 확실한 거래를 원한다'는 구매자의 요청을 반영했다. 구매자는 중고품을 살펴본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반송할 수 있다. 비용은 물론 돌려받을 수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안전결제 도입 한 달 만에 신용카드 거래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2.5배, 3배 증가했다. 결제 시스템 변화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중고나라 클린센터'라는 내부 조직도 지난해 만들었다. 클린센터는 중고나라 플랫폼 내 거래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부서다. 사기 거래가 적발되면 계정과 아이디를 공개하는 식으로 피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사기 피해 접수는 전분기 대비 58% 감소했다. 중고나라 클린센터 신설 뒤 모니터링 규모를 3배 이상 늘린 효과다.
사업 다각화는 고민거리다. 중고나라는 다양한 비지니스 모델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우선 취급하는 제품군을 차츰 넓히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활용품뿐 아니라 자동차·오토바이·휴대폰으로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사업의 채널을 늘리고 제품 카테고리를 세분화한 결과, 거래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의 누적 거래액은 3조9000억원으로 2019년 연간 거래액(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사업 다각화 관련 오프라인 사업은 단연 눈에 띈다. 대표 제품은 중고폰이다. 중고나라는 지난해 하반기 중고폰 거래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고, 점차 이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2019년에는 중고차 거래를 위한 직영매장을 열기도 했지만 사업은 1년여 만에 중단됐다. 손익 구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중고나라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단연 경영권 매각이다. 유진자산운용이 1년 넘게 협상을 벌이며 중고나라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의 산증인 격인 이승우 대표의 체제가 막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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