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페인트공업, 교환사채로 자사주 재테크 ‘쏠쏠’ 자사주 기초 EB 100억 발행…등급 하향 이후 P-CBO·교환사채 등 조달 다변화
최석철 기자공개 2021-03-04 13:43:35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화페인트공업(BBB+/안정적)이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 통로를 다변화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거둔 데 이어 올해도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유리한 조건으로 발행에 성공했다.실적이 악화됐던 지난 4년여 동안 매입해온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삼으면서 차익도 쏠쏠하게 확보했다. 이후 주가가 교환가액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발행금액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전환되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자율 0%, 리픽싱 조항無...투자자, 향후 주가 상승에 무게
삼화페인트공업은 지난 26일 100억원 규모 자사주 기초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대상은 자기주식 84만1750만주(지분율 3.49%)로 만기는 3년이다.
교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회사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교환을 원하지 않으면 채권금리를 받고 만기에 상환하면 된다.
교환가액은 1만1880원이다. 통상적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할 때 기준 주가에 10~20%의 할증율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삼화페인트공업은 할증 없이 발행했다. 할증을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를 포기한 모습이다.
다만 이번 삼화페인트공업 교환사채의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다. 만기시까지 보유하더라도 이자가 지급되지 않아 발행사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의 3년물 개별민평금리는 3.868%로 일반 사채 발행과 비교하면 금리면에서 부담을 크게 낮췄다. 지난해 채권담보부증권(P-CBO) 방식으로 발행한 사모채 금리(1.902%)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별도 리픽싱 조항도 없다. 리픽싱 조항은 처음 정해진 전환가액을 일정 시기마다 조정하는 옵션이다. 주가가 하락할 경우 교환가액을 낮추는 것으로 리픽싱 조항이 없다는 것은 투자자가 향후 발행사의 주가 하락 가능성을 낮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리픽싱 조항을 강력하게 제시한 발행사일수록 일반적인 증자나 사채 발행으로는 자금을 유치하기 어려운 기업으로 여겨진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이번 교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시설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투자자가 삼화페인트공업의 청사진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반증이다.
사모로 발행되는 이번 교환사채는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등이 매입했다.
◇자금조달 통로 다변화 일환...4년여간 자사주 매입에 166억 투입
삼화페인트공업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으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자사주를 처분해 자금을 마련했다. 2017년까지 공모채를 포함한 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2018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거세진 이후 자금조달 통로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삼화페인트공업 신용등급은 2018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아웃룩이 변경됐다. 이듬해인 2019년 신용등급은 결국 ‘BBB+/안정적’으로 하향됐다. 이후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은 채 2018년 전환사채와 2020년 사모채(P-CBO)를 각각 발행해 총 6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영업실적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그동안 매집해온 자사주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의 자사주는 2015년 4월 7.49%(105만6109)였다. 이후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자 2016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해 두배에 가까운 13.9%(375만주)까지 늘렸다.
자사주 평균 취득가액은 2016년 8월 1만1589원, 2018년 6월 8810원, 2019년 1월 6691원 등이다. 총 205만주를 사들이는 데 167억원을 사용했다. 1주당 매입 가격은 8133원 수준이다. 이번 교환가액과 비교하면 약 30% 저렴하게 매입했다.
이번에 발행한 교환사채가 모두 자사주로 교환청구되더라도 삼화페인트공업은 자사주 10.75%(290만8250주)를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인 김장연 삼화페인트공업 대표이사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32.85%로 경영권에는 큰 지장이 없다.
◇실적 회복세 뚜렷, 주가 급등...차입 부담 완화도 '기대'
삼화페인트공업이 유리한 조건에 교환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영업실적 회복을 바탕으로 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517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33.5% 증가했다. 매출은 사상 최대이며 영업이익은 2016년 이후 4년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재건축 시장이 활발해 건축용 도료의 수요가 높았던 데다 해외법인의 실적 반등이 어울러진 결과다.
이에 삼화페인트공업 주가는 지난해 12월 21일 1만7400원까지 치솟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지난 10년간 개발한 에폭시 소재 원천기술을 삼화페인트에 이전하기로 결정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에폭시는 반도체 패키징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로 일본 의존도가 80%를 넘는 제품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의 영업실적이 악화된 시기에 자사주를 매입해 주주가치를 보호하고 이후 영업실적 회복기에 이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전략이 들어맞은 셈이다.
삼화페인트공업은 최근 3~4년간 현금흐름창출 능력이 악화되면서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이 높아졌지만 이번 교환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 부담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해 전환권 청구가 이뤄지면 10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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