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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신세계, '오너 그림자 경영' 보수 고착 혁신은 없었다①외풍 비켜간 안정적 성장, 대그룹 대비 낮은 'B 등급'

김선호 기자공개 2021-03-12 07:38:34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8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수적인 유통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대세로 인정하며 올 들어 경영전략에 접목하고 있지만 신세계그룹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계순위 10위권 대그룹 위상에 걸맞지 않게 ESG 평가가 상당히 뒤처지고 있지만 그다지 중요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공식적으로 ESG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전담 조직도 없다. 혁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사업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지만 ESG에 있어선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내외부 이슈로 잦은 갈등을 빚었던 롯데그룹이나 소비재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 등 경쟁 유통사와 달리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지할 마땅한 유인이 없었던 결과로 풀이된다.

오너리스크가 부각된 적 없이 확고한 경영체제가 이어져 오고 있고 큰 갈등없이 유통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던 점이 ESG 경영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명희 회장 시대는 물론 2세 경영승계가 상당부분 이뤄진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수면 밑' 오너 전문경영인 체제…ESG 유인 부족

신세계그룹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독립한 후 1993년 국내 1호점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하면서 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까지 외연을 넓혔다. 2008년 ㈜신세계마트를 합병하고 2011년 ㈜이마트를 인적분할하면서 ㈜신세계는 이 회장의 딸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마트는 장남 정용진 총괄 부회장이 맡는 구도가 구축됐다.

신세계그룹에서 그룹은 실체가 없는 조직이지만 ㈜신세계와 ㈜이마트가 일종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이명희 회장→신세계그룹→㈜이마트·㈜신세계→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경쟁사인 롯데그룹과 달리 갈등없이 오너 2세인 정 총괄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으로 승계가 이뤄졌다.


기준일: 2020년 9월

신세계그룹은 30년여의 역사 속에 큰 외풍이나 잡음없이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사업적으로 위기가 닥칠 때도 있었지만 인사카드를 꺼내며 혁신을 단행했을 뿐 경영체제의 변화나 조직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위권 대그룹이 없앤 회장 직속의 콘트롤타워 조직인 '전략실'을 아직도 구축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경영체제는 오너일가의 '그림자 경영'으로 유명하다.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방식이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통해 경영한다. 사업 전략을 변화시키고자 할 때는 대표이사 등을 교체하면서 혁신을 추구했다. 현재 핵심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대표이사인 차정호 대표와 강희석 대표가 전형이다.

이는 경쟁사인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 반일이슈, 황제식 경영시스템 등으로 뭇매를 맞으며 경영체제의 혁신을 추진해 왔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신세계그룹은 투명경영을 추진할 유인도, 경영시스템을 바꿔야 할 명분도 없었다. 오히려 일찌감치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워 오너일가가 뒤로 빠져 있었다는 점에 '선진화'를 이뤘다는 신기루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그룹의 경영전략에서 ESG는 다소 소외 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G가 신세계그룹에 있어 리스크 요인이 아니었던 만큼 변화를 이룰 유인이 없었던 셈이다.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과정에서도 ㈜이마트나 ㈜신세계 뿐 아니라 계열사 내에서도 ESG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지 않았다. 2019년 ㈜이마트·㈜신세계의 이사회에 사회공헌위원회가 신설됐다는 점이 그나마 유의미한 변화였다.

◇경쟁 유통사 대비 낮은 등급, 3년간 유의미한 변화 없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재벌 대그룹에 후한 점수를 주는 국내 ESG 평가기관에서도 신세계그룹에 있어선 상당히 박한 등급을 줬다. 재계 11위 신세계그룹의 ESG 평가를 지난 3년간 살펴본 결과 다른 유통 대그룹 대비 상당히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그룹의 경우 사회적 관심이 몰리기 때문에 재계 트렌드와 보조를 맞춰 변화를 이루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웬만한 ESG 관련 조직이나 지배구조 관련 장치 등을 이미 상당부분 진화를 시켰다. 정량적인 평가가 가장 중요한 국내 ESG 기관평가에서 이는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의 경우 주요 상장계열사의 ESG 평가를 보면 지난 3년간 거의 큰 변화없이 평균 미만의 점수를 득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주요 계열사는 대부분 통합등급으로 B~B+을 받았다. ㈜이마트,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20년 들어 등급이 상향조정 되기는 했지만 그 외 상장계열사의 경우에는 여전히 경쟁 대그룹 대비 뒤처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CJ그룹이나 현대백화점그룹, 롯데그룹 등의 주요 상장 계열사가 대부분은 ESG 통합등급으로 A를 받고 있는 것과 다른 분위기다.



특히 지배구조와 환경부분에서 상당히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환경 민감도가 높지 않은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점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과 연관된 활동이 미진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정보 공개 여부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걸 시사한다.

지배구조 부분에서는 계열사마다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사회나 주주정책 등 그룹정책이 일관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다는 점을 나타낸다. 또 이사회 관련 위원회 등 재계 트렌드에 맞는 조직이 부재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세계그룹의 배당 등 주주정책이 계열사마다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경우가 전무했고 내부거래위원회나 보수위원회 등 반드시 필요한 소위원회도 부재하다는 점을 문제시 삼았다.


2020년 3분기 말 기준

하지만 2세 경영이 한창 무르익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신세계그룹의 ESG 경영은 좀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를 중심으로 ESG 관련 주요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전략에 대해선 의문점 든다.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 친환경 정책,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는 있지만 소비자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이마트와 ㈜신세계가 중심 축을 맡고 있다. 중소상공인 이슈 등이 불거질 수 있는 핵심 유통계열사가 S(사회) 중심의 활동에 초점을 두고 ESG 활동을 하는 데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공식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ESG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분명한 정의와 구체적인 실체를 구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현재 친환경 정책·중소상공인 상생·투명 경영 등 ESG 핵심가치를 백화점과 이마트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이 실천해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올해는 ESG 중심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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