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ESG 트래커]CJ, 오너리스크 해소 '사업보국' ESG를 만나다①이재현 회장 복귀 '이미지 쇄신', 창업이념 구현과 맞닿아
김은 기자공개 2021-03-04 08:01:48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13: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CJ그룹은 경영의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수년간 시달리던 총수 부재에서 벗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일선에 복귀했다. 그동안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2013년부터 4년간 총수 자리를 대신하며 사업계획 및 임원 인사 등 일선을 챙겼다.이 회장 복귀로 오너 리스크를 해소한 CJ그룹은 글로벌 사업 확장 등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시작했다. 파격적인 조직문화 개편을 통해 그룹 전반에 활기를 심는데도 집중했다. 오너의 부정행위 등 과거 상처와 얼룩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새로운 진화를 낳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CJ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이 눈에 띄게 달라진 졌다는 점이다. '사업보국'이라는 창업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2013년 국내 최초로 CSV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이 회장 복귀 후에 이뤄졌다. 특히 올해는 신년사에 처음으로 ESG를 직접 언급하며 본격적인 변화를 만들 준비에 나섰다.
◇계열사에 CSV경영팀 구축, 지배구조헌장·배당 등 명문화
2021년 CJ그룹의 신년사에서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했다. 손 회장이 "올해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환경·인권·노동 부문에서 규제 강화가 예상되며 자본시장에서는 ESG에 대한 요구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처음으로 ESG를 공식 언급했다.
ESG가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CJ그룹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조였다.
사실 CJ그룹이 ESG를 경영전략으로 내세운 건 수년 전이다. CJ그룹의 창업이념인 '사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뜻의 사업보국과 ESG의 본질가치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CJ그룹은 2013년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CSV(Creating Shared Value) 전략을 수립하는 CSV경영실을 지주사에 설치했다. 각 계열사에는 ESG 관련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수행할 CSV경영팀도 세웠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전사의 모든 공유가치 창출 활동의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의지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발표한 상장사 ESG등급 평가에서 CJ그룹 소속 상장사들은 2020년 사회책임과 지배구조, 통합 부문에서 대부분이 A를 획득했다. 특히 사회부문에서 A+를 받은 곳이 CJ제일제당·CJ프레시웨이 등 2곳에 달한다.
CJ프레시웨이의 경우 2015년 처음으로 ESG평가 ‘우수기업’ 상을 수상한 이후 식품업계 최초로 6년 연속 우수기업 또는 최우수 기업에 선정됐다. CJ대한통운은 UN의 '지속가능한 민간부문 국제 웨비나'에서 ESG 우수사례로 친환경 물류가 소개되면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CJ제일제당도 UN SDGs 협회가 발표한 ‘2020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글로벌지수 최우수그룹에 2년 연속 선정됐다.
CJ그룹은 이 회장의 사면으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특히 사회, 지배구조 분야에서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이미지 쇄신에 특히 역점을 뒀다. 작년 말부터 ESG 경영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CJ그룹의 8개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 헌장을 제정했다. 헌장에는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
또한 CJ㈜는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배당정책을 명문화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성향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주주들에게 확실한 배당을 안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사회 독립성 개선 '과제' 실효성 있는 변화 필요
하지만 CJ그룹의 ESG 경영에 대해 유의미한 지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계열사 독립경영이라는 기치 하에 운영되고 있지만 오너 그림자가 강한 그룹으로 손 꼽히고 있고 실제로 이사회 구석구석 이러한 흔적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특정 임원들을 앞세워 전 계열사를 경영하는 방식이다.
2020년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내놓은 CJ그룹 지배구조보고서에는 '등기임원들의 과도한 겸직은 원만한 업무수행을 하기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CJ CGV의 이동현 사내이사가 자회사인 CJ포디플렉스의 감사를 겸직한 것으로 나온다. CJ씨푸드의 오재석 대표이사가 계열사인 CJ엠디원의 감사를 겸직했다. 법적인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감사'라는 독립성이 중요한 영역에 계열사 경영진이 자리하는 건 충실한 임무 수행이 어렵다는 역기능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이 전무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의 경우 책임경영과 의사결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효과적인 견제가 불가하다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오너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자리하지만 특정한 보직을 맡고 있지 않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 아내 김희재 부사장 등이다. 미등기 임원으로 지배구조 평가에서 두드러지는 부분은 아니지만 업무가 모호한 역할의 임원들이 여러 계열사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오너 중심의 경영구도가 얼마나 고착 돼 있는지를 시사하는 지점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따라서 업계서는 CJ그룹의 ESG 경영 전략이 단순한 형식적인 변화를 넘어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전략으로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의 ESG경영 노력은 그룹의 창업이념이자 경영철학인 사업보국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기업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지배 구조를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꾸준히 증명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