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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ESG 트래커]현대백화점, '보수안정 성향' 기관 외풍에 '180도 전환'①행동주의 펀드 트리거, '배당강화·이사회 손질' 주주친화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12 07:39:04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유통기업들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며 그들만의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공정거래 및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와 투자가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특히 유통 공룡을 중심으로 ESG 행렬에 가세하면서 변화의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유통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 등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10:3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8월 행동주의 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 현대홈쇼핑을 대상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현대홈쇼핑이 당시 한화L&C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며 국민연금과 개인주주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로서 현금성 자산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즈음 미국 펀드운용사 돌턴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s)도 현대홈쇼핑에 서한을 보내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이지만 투자 수익률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앞서서는 국민연금기금은 현대백화점그룹 다른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를 대상으로 과소 배당을 문제 삼았다. 짧은 시기 현대백화점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관투자가들의 블랙리스트에 줄줄이 오르게 된 셈이다.

◇의결권 모으기 운동 번지자 '깜짝'…주주친환정책서 ESG 정비까지

처음 현대백화점그룹 태도는 미온적이었다. 그룹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잇따라 언론을 상대로 현대백화점그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가운데서도 기관투자가들의 미팅 요청에 단 한번도 응한적 없을 정도로 고집스러웠다.

그룹의 태도는 2019년 갑자기 180도 바뀐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변화는 곳간을 여는 것으로 시작됐다. 당해 3월 주총에서 현대백화점은 8.5%에 불과하던 배당성향을 11.5%로 조정했다. 뒤이어 현대리바트는 5%선 배당성향을 15%로, 현대그린푸드는 6%에서 18%까지 끌어올리면서 주주 요구에 화답했다.


무엇이 이같은 변화를 촉발했을까. 당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을 비롯한 펀드들이 연속된 공개서한을 넘어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모으면서 경영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이때 현대백화점그룹이 느낀 위기감이야말로 이후 주주친화 정책을 대거 정비하는 결과를 촉발시킨 직접적 원인이었다. 상장 계열사들은 2019년 8월 2분기 실적 발표에 맞춰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한다는 방침을 공표한다. 한섬을 필두로 에버다임, 현대그린푸드,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현대에이치씨엔, 현대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이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을 잇따라 밝혔다.

주주 친화정책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조치는 이사회 제도를 손질하고 환경 및 사회관련 전략을 재정비하는 등 ESG 평가와 관련된 내부 정책들을 정돈하는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투자자들의 원성을 불식시키고자 시작한 주주친화정책 정비가 의외의 ESG에 대한 진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배구조 평가, 2년만에 수직 상승

2019년 초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이 배당부터 확대했던 것은 주주들의 누적된 불만을 가장 효과적으로 즉시 누그러뜨릴 수 있는 조치였기 때문이었다. 과소배당은 기관투자자들의 공개서한에서 언급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의 공통 문제이긴 했지만 그 외에도 지적 받은 이슈는 많았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이사회 사내이사를 겸직하면서 이해 상충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전향적 조치는 누적된 주주들의 불만이 피운 작은 불씨가 그룹 경영권 개입이나 지배구조 개선 요구로까지 대대적으로 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출발점이야 어떻든 성과는 나쁘지 않다. 주요 계열사들의 ESG 통합 등급은 2018년 평가 이래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현대리바트, 현대그린푸드, 현대홈쇼핑, 한섬은 2018년 ESG 등급 평균이 B로 당시 대기업 집단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9년 본격화된 주주 친화 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으로 당해 평균 등급은 A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상승한 등급은 유지되고 있다. 평균 등급 상승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세 부문 가운데서도 특히 지배구조 부문의 개선이 이끈 결과다.

ESG 경영에 대한 그룹의 전향적 조치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식에서 공개한 '비전 2030' 선언문에서 ESG를 아예 그룹의 중장기 목표 가운데 하나로 본격적으로 언급한다. 정 회장은 2030년까지 그룹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세우면서, ESG 역량을 강화해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힘쓰겠다는 비전을 공유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그간 주주가치 제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했으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거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힘썼다"며 "이같은 작업들이 ESG 경영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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