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펀드 하우스 분석]'젊은 피' 차헌도 흥국운용 매니저 '역발상 투자' 주역스튜디오드래곤·애경산업 투자 잭팟…팀체제 의사결정, 전문 리서치 기반
양정우 기자공개 2021-03-18 08:05:55
[편집자주]
공모주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고 있다.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관건은 배정물량이다. 개인보다 기관물량이 더욱 큰 만큼 간접투자 상품인 공모주펀드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하우스별 운용역량이 투자성패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벨은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공모주펀드 트랙레코드와 핵심 운용역을 집중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5일 0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애경산업의 기업공개(IPO)는 흥국자산운용의 공모주 투자에서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상장 당시 경쟁 하우스의 저조한 반응에도 역발상 투자를 벌여 잭팟 수익을 거머쥐었다.차헌도 펀드매니저는 이들 IPO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와 내재 가치의 이격에 주목한 운용역이다. 하우스 특성상 의사결정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대표적 '젊은 피'로서 '역발상 투자'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섹터별 전문 인력의 리서치가 가치 발굴의 기반이었던 건 물론이다.
공모주펀드는 대부분 설계 구조와 투자 프로세스가 엇비슷하다. 이 때문에 운용사 전반이 기피한 IPO에서 알짜 딜을 골라내는 게 공모주 투자의 성과를 결정하고 있다.
◇수요예측 실패 IPO '역베팅'…연간 수익률 기여 최고
운용사의 리서치본부에서 첫 발을 디뎠을 정도로 철저한 기업분석을 중시한다. 2016년 흥국자산운용에 합류해 공모주 투자에 나서면서도 이런 운용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먼저 하우스의 인적 네트워크로 상장예비기업 정보와 수요예측 동향을 파악했다면 가치 분석으로 옥석가리기에 매달린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기류에서 벗어나 역발상 투자의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차 매니저는 "근래 공모주 투자 가운데 스튜디오드래곤(2017년)과 애경산업(2018년) IPO에서 성과가 가장 두드러졌다"며 "수요예측을 앞둔 시점에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었지만 자체 분석 결과 밸류가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 IPO는 희망 공모가 밴드가 구체화되자 고밸류 논란이 불거진 딜이다. 4년 전만 해도 토종 콘텐츠 제작 기업의 가치가 높지 않았다. 한류 열풍 덕에 연예 기획사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몸값은 높았으나 국내 콘텐츠 제작 역량은 저평가를 받았다.
그 와중에 스튜디오드래곤은 1조원 수준(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으로 IPO를 시도했다. 당시 모기업인 CJ E&M(시가총액 약 3조4000억원)에 이어 콘텐츠 대장주로 등극할 계획이었다. 연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 안팎에 달하자 운용업계에서는 몸값이 과도하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흥국자산운용은 여느 공모주 운용사와 달리 역발상 투자를 감행하기로 결정했다. 차헌도 운용역과 운용 파트가 섹터 전문가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오히려 확약 의무 보유 기간까지 설정해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는 강수를 뒀다. 확약 기간도 6개월로 최장 조건을 제시해 모든 수요예측 참가자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을 배정받았다.
결과는 잭팟이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3만5000원)를 훌쩍 뛰어넘어 12만원 대까지 치솟았다. 투자회수를 끝낸 흥국자산운용은 최종 수익률이 약 180%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단연 그 해 공모주펀드 수익률에 가장 기여가 컸던 딜이었다.
차 매니저는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제작과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기에 상장했다"며 "오랜 기간 국내 모든 산업에 대해 내부 리서치를 쌓아온 덕에 콘텐츠 제작 사업의 성장 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IPO도 역발상 투자가 성공했던 대표 사례다. 최종 공모가가 희망 밴드의 하단 아래에서 설정될 정도로 수요예측이 저조했던 딜이다. 하지만 흥국자산운용은 오히려 미청약 물량을 추가로 배정받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국내 시황과 무관하게 'K-뷰티'의 중국 진출 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약 95%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흥국자산운용은 2002년부터 공모주펀드를 운용한 전통을 갖고 있다. 대표 펀드는 '흥국공모주하이일드(설정액 708억원)', '흥국공모주로우볼채움(331억원)', '흥국멀티플레이30(715억원)' 등이다. 차헌도 운용역이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는 펀드들이다. 흥국멀티플레이30의 경우 2014년부터 6년 동안 평균 수익률이 약 4.72%로 집계됐다.
그는 "흥국자산운용은 매니저 한 명이 독단적으로 투자를 확정하지 않는다"며 "섹터 전문가와 팀별 논의를 거쳐 성장성과 리스크를 다각도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발상 투자의 확신을 가지면서도 공모주 특유의 안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잭팟, 공모주 재조명…대형 IPO 즐비, 유리한 여건
올들어 LG에너지솔루션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 조 단위 빅딜이 줄줄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 대형 종목이 많은 만큼 공모주펀드는 공모주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어느 때보다 수익률 개선에 긍정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차 매니저는 "조 단위 IPO에 나서는 상장예비기업은 자금 조달도 중요하지만 상장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대다수"라며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주가 곡선을 목표로 삼기에 비교적 할인률이 높은 공모가로 상장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대형 공모주는 물량 확보가 용이한 동시에 가격 매력까지 높다"며 "운용 경험상 대형 공모주가 대거 상장하는 시기에 공모주펀드의 투자 성과가 가장 우수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IPO로 공모주 투자 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 열풍이 분 뒤 공모주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잭팟 성과를 거둔 IPO 1건이 결국 공모주 참여와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차 매니저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후 유동성 공급 덕에 유례없는 기세로 증시가 상승했다"며 "여기에 대형 IPO의 성공 사례로 공모주 투자가 재조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공모주가 투자 자산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흥국자산운용은 올해 수요 회복에 따른 경기 개선으로 기업 실적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처럼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껑충 뛰지 못하더라도 점진적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증시에서 우호적 여건이 조성되면 IPO 시장 역시 호황 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차헌도 흥국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운용역
△경희대학교 정치외교/신문방송 졸업
△카이스트(KAIST) 금융전문대학원 FMBA
△2015년 대신자산운용 리서치본부
△2016년 흥국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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