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현대엔지니어링]사외이사제 도입 1년…투명성 확대 필요①현대엠코 합병이래 '대표·의장' 겸직
신민규 기자공개 2021-03-22 11:33:30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8일 11: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자산 6조원이 넘는 대형사 축에 속하지만 이사회 운영에서는 비상장사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상법상 자산 2조원을 상회하는 상장사가 적용받는 사외이사 3인 이상 의무구성과 내부 위원회 설치를 모두 면제받았다.현대차그룹이 이사회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처음으로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에도 사외이사제를 도입하긴 했다. 올해로 만 1년째인데 사외이사 1인 구조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독립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첫 사외이사제를 실시했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이사회에 참여했다.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기존 이사회 운영방식 아래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와 합병 이래 7년째 이사회 4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외이사 비중은 25%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과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수적으로 열세인 셈이다.
이사회 남은 3인의 구성은 경영진에 속해있다. 사내이사 중 한명은 CEO 산하 직급으로 현대차 계열에서 근무경험이 있는 인물로 줄곧 채웠다. 현 이사회에서 도신규 현대엔지니어링 전무가 사내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도 전무는 현대자동차에서 기획조정1실장을 맡은 바 있다. 그전에는 이상국 전 현대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맡았는데 현대제철(옛 현대하이스코) 출신이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모기업인 현대건설 출신이 채우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에 이어 서상훈 현대건설 구매본부장이 자리를 맡았다. 사내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만 참여해도 과반을 넘겨 정관상 경영진 위주의 이사회 운영이 가능한 편이다. 모기업 입김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미될 여지가 있다. 정관상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로 하도록 돼 있다.
경영전문성과 효율화에 집중하다보니 대표이사의 이사회 참여는 공식화돼 있다. 이사회 의장은 현대엠코와 합병 이래 대표이사가 줄곧 맡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CEO는 김위철 대표→성상록 대표→김창학 대표로 이어졌다. 이사회 의장 자리도 CEO 인사 패턴과 같은 방식으로 겸직이 이뤄졌다.
이사회 의장은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정관 제 33조에는 의안 자체를 의장이 제안하도록 돼 있다. 다른 이사가 제안하고자 할 경우 요지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보수적인 운영방식상 사외이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대표이사와 의장 분리는 모기업인 현대건설조차 아직 실시하기 전이라 무조건 탓하긴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비해 효율성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기조가 흐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비상장사라도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상장사에 준하는 이사회 체제 수립에 공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SK건설은 2008년부터 등기이사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4명)로 구성해 독립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이어오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도 정관에 명시돼 있다.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둬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밖에 롯데건설도 이사진 중 사외이사가 3명이다. 경영위원회와 투명경영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이사회 내 위원회가 전무한 편이다. 사외이사 교육 역시 실시된 바 없다. 경쟁사 대비 사외이사 수가 워낙 적어 도입 취지를 살리려면 확대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며 "지난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투명성 및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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