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수제맥주]카브루, 가까워진 'IPO 꿈'…기초체력 쌓는다②2023년 전후 상장 목표, '생산·브랜딩' 강화 국내외 공략
박규석 기자공개 2021-03-30 08:10:39
[편집자주]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태동기를 거쳐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과거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소품종 소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이 한창이다. 종량세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여건도 마련됐다.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시대에 무서운 속도로 가정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 수제맥주업계 현황과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기업들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브루가 수년전 다짐한 기업공개(IPO)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생산 시설을 늘리는 한편 유통망 확대를 위한 브랜드 전략에 매진하고 있다. 제주맥주에 업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IPO를 향한 도전은 진행형이다.박정진 진주햄 대표이사(카브루 겸직)는 2015년 카브루 인수와 동시에 IPO 의지를 내비쳤다. 2023년을 전후로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상장하는 게 목표였다. 당시 박 대표는 “카브루의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 유치해 IPO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의 다짐을 순차적으로 실현시키고 있다. 2019년 시리즈A 투자 유치로 30억원을 모집했다. 이듬해 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모집된 투자금은 생산시설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에 사용되고 있다.
◇실탄 90억 초고속 유치 ‘내실’ 강화 집중
카브루가 내실 강화에 필요한 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투자 유치 이후 1년이 조금 넘은 시점에 후속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지닌 박 대표의 역량이 주효했다.
그는 2003년 삼성증권 M&A팀에서 팀장으로 지내며 기업 인수와 매각 등에 관한 실무를 익혔다. 2006년부터는 시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채권 및 파생상품 영업부문 상무로 지내며 전문성을 높였다. 카브루 인수 당시 IPO 등에 대한 계획을 자신 있게 밝힌 이유도 이러한 과거의 경력이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확보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카브루의 4번째 생산시설인 ‘비전공장’에 투입됐다. 올 상반기 중 완공될 예정이다. 캔을 전문으로 하는 전 공정 자동화 공장으로 생산능력은 약 3800KL다. 완공될 경우 카브루가 보유한 생산 시설 중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생산 규모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제조 관련 면허도 ‘소규모 맥주 제조 면허’에서 ‘일반 맥주 제조 면허’로 변경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는 말 그대로 제조 시설 규모가 작아도 수제맥주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시킨 면허다. 이에 카브루는 지난해 초 일반 면허를 취득했다.
비전공장 완공은 카브루가 수 년째 추진 중인 기업과 고객간 거래(B2C) 공략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브루는 제품 판매 추세가 케그(keg, 생맥주)에서 캔으로 바뀌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캔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GS리테일과의 협업을 통해 ‘경복궁 에일’과 ‘남산 에일’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구미호 맥주’ 브랜드를 론칭했다. 구미호 맥주 시리즈는 현재 전국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글로벌 진출 잰걸음 ‘7개국’ 시장 노크
카브루의 B2C 공략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아시아를 중심으로 총 7개국에 수출하며 글로벌 공략에 힘쓰고 있다. 많은 물량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제품 수출을 통해 국가별 판매 전략 등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진출의 첫 포문을 연 국가는 홍콩이었다. 이후 영국과 싱가폴, 몽골, 미국(괌·사이판) 등에 제품을 수출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홍콩 등 5개국에 수출된 물량은 6만 캔이다.
올해는 지난 2월에 대만 3대 편의점 브랜드인 '하이 라이프(Hi-Life)'에 입점했다. 구미호 맥주 3종이 대만 전역에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진출 국가는 5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기존 진출국인 몽골의 경우 프리미엄 마트인 ‘굿 프라이스(Good Price)’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지 고급 레스토랑이나 클럽 등으로 유통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진출 국가가 증가하는 동시에 코로나19에 따른 ‘홈술’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카브루의 판매량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현재까지의 판매량은 16만 캔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해외 판매량의 2.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성과는 모회사인 진주햄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수출에 필요한 실무를 공유해 사업의 효율성도 높였다. 현재는 수출을 담당하는 전담 부서가 없지만 향후 관련 부문의 조직 신설 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카브루는 올해 지속적인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지 온오프라인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동시에 선제적인 해외 상표권 확보 등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집중할 방침이다.
카브루 관계자는 “외형이 성장하면서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패키지 디자인이나 마케팅 활동에 노력하고 있다”며 “IPO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내용은 없지만 초기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 내실 강화 등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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