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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펀드 부활의 조건]'자문구조 한계' 미술품 전문매니저 절실②화랑·경매사 자문시 ‘이해상충’ 가능성…중장기적 전문운용역 육성 필요

이민호 기자공개 2021-04-07 13:00:40

[편집자주]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아트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2006년 국내 첫 아트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술품 매매를 펀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문가들은 아트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술품 전문 매니저 육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등 요건이 만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벨이 과거 아트펀드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개선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트펀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운용사의 미술품 투자전문 매니저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설정된 대부분 아트펀드가 화랑(갤러리)이나 경매사의 자문을 받는 구조를 따르면서 이해상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작은 국내 미술품시장 규모와 개인 중심 수익자 구성에 따른 편의적 펀드 설정은 미술업계 전문가의 운용업계 유입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아트펀드 시장 미성숙을 체감하고 해외펀드 재간접투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화랑·경매사 자문구조 보편화…운용상 편의 초점

2006년 국내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아트펀드는 대부분 화랑이나 경매사의 자문을 받는 형태를 취했다. 펀드에서의 자금유출입 등 관리를 운용사 펀드매니저가 담당하되 전략의 핵심인 편입 미술품 선정을 미술품시장 전문가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자문구조를 따를 경우 화랑과 경매사에 별도의 자문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는 펀드비용으로 처리된다.

자문구조는 펀드뿐 아니라 랩어카운트 등 비히클을 이용하는 금융투자상품에서 흔히 취하는 형태다. 자문시장은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에서 넓게 형성돼있지만 최근에는 에너지 등 특별자산 투자로도 확장되고 있다. 운용사로서는 자문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별도로 관련 분야 매니저를 채용할 필요 없이 펀드 라인업을 다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아트펀드도 2006년 미술품시장의 호황기 진입으로 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도 치솟자 이를 펀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로 처음 소개됐다. 미술품시장에 대한 지식을 갖춘 매니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던 운용사들에게 업계 네트워크와 가치평가 능력을 갖춘 화랑 및 경매사와의 파트너십은 진입장벽을 허물 수 있는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청산된 실물 미술품 매매 전략의 펀드를 포함해 이후에 출시된 아트펀드들도 거의 대부분 자문구조를 따랐다.

◇이해상충 문제 대두…매입가격 적정성 의문

하지만 이 자문구조를 아트펀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편입 미술품 선정을 담당하는 화랑과 경매사가 미술품을 직접 자산으로 보유하거나 미술품 매매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해상충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미술품시장에서의 매매는 주식시장과 달리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화랑과 경매사는 직접 보유한 미술품을 펀드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도록 하거나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소위 재고 미술품을 펀드에 떠넘기도록 할 유인이 발생한다. 특히 화랑의 경우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작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작가의 작품을 펀드에 담도록 해 임의로 작품가격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운용사는 미술품 가치평가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 미술품 매입가격의 적정성을 제대로 따져보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운용사도 자산을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들여 신의성실의 의무를 져버린 것이 된다. 비싼 가격에 사들인 미술품은 추후 매각에서도 차익을 남기기 쉽지 않다. 이는 펀드수익률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2006년부터 대거 설정된 아트펀드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데는 만기 직전인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장 크지만 포트폴리오가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며 “화랑들이 전속작가 작품을 내세우거나 재고 물건을 펀드에 파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술품투자 전문운용역 확보 필수…해외 재간접펀드 ‘대안’ 논의

운용업계는 아트펀드를 운용사 내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전문 매니저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아트펀드 운용사는 미술품 가치평가에서 외부 큐레이터나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두는 경우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직접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매니저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는 개인고객이 펀드 수익자의 주가 됐던 국내와 달리 해외는 기금 등 기관고객이 아트펀드에 투자하면서 이들의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에 부합해야 할 필요성도 작용했다.

국내에서도 미술품시장 자금흐름 리서치 등 미술업계 전문가가 금융·투자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 펀드 직접 운용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단계다. 최근 미술품 투자를 내건 전문 운용사가 출범하면서 경매사 출신 인력이 합류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펀드를 미술품 담보대출로 운용하고 있어 실물 미술품 매매로 나아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미술품시장 규모가 여전히 작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시장 환경 등이 매니저 육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최근 일각에서는 해외 아트펀드에 재간접투자하는 구조의 펀드를 구상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미술품시장이 활황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미술품 투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해소해줄 국내 펀드시장 여건은 아직 성숙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재간접펀드 설정에도 난관은 있다. 지난해부터 무역금융펀드나 소상공인대출펀드 등 해외 재간접펀드에서 환매연기가 잇따르며 불신이 확산된데다 판매사에서도 깐깐한 선정기준을 적용하면서 사실상 출시가 멈춘 상태다. 여기에 수탁은행이 해외 재간접펀드에 대한 수탁업무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도 설정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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