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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맥스 창업주 차남 이병주, '재시험대' 올랐다 적자 '미국사업'애 올인 재건 임무, 지주사 대표 물러나

김선호 기자공개 2021-04-07 08:11:4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맥스그룹 오너 2세 승계구도에 이상 징후가 생겼다. 창업주인 이경수 회장의 차남 이병주 부사장(사진)이 지주사인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에 오른 지 1년 만에 물러났다. 반면 장남 이병만 부사장은 화장품 제조업 관계사 코스맥스 대표를 유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근 코스맥스그룹은 이병주 부사장을 대신해 기존 자회사 코스맥스엔비티 이윤종 대표를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신임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룹 측은 지주사 수장 자리에서 내려온 이병주 부사장은 이전부터 맡아온 미국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경영 일선을 2세에게 맡기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에 맞춰 장남 이병만 부사장은 코스맥스 마케팅본부에서 코스맥스 각자 대표로, 차남 이병주 부사장은 코스맥스 경영지원본부에서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 각자 대표로 올라섰다.
그동안 이병만 부사장은 중국에서, 이병주 부사장은 미국에서 각자 MBA를 졸업하고 코스맥스그룹의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기울여왔다. 중국과 미국 사업을 발판으로 장차남은 지난해 나란히 코스맥스와 코스맥스비티아이 수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차남 이병주 부사장이 최근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코스맥스그룹 측은 이병주 부사장은 주로 미국에서 머물며 현지 사업의 경영을 맡아오다 코로나19로 국내까지 챙기기 힘들어져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병주 부사장은 코스맥스비티아이 대표로 선임됐지만 이사회 참석을 거의 하지 않았다. 코스맥스그룹의 설명대로 국내 입국이 힘들었던 탓도 있지만 대표로서 지주사 운영을 주도적으로 해나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이병주 부사장의 지난해 이사회 참석률은 25%에 그쳤다.

이 가운데 그가 맡은 미국 사업의 실적도 악화돼 갔다. 지주사 코스맥스비티아이의 관계사인 화장품 제조업 코스맥스는 미국에 3개의 종속기업을 두고 있다. 미국 뉴저지에 위치한 코스맥스웨스트와 누-월드, 오하이오에 위치한 코스맥스유에스에 등이 있다.

당초 코스맥스유에스에이가 유일한 미국 현지법인이었다. 그러다 2013년 로레알 솔론 공장, 2017년 누-월드를 인수하면서 미국사업을 확장했다. 코스맥스웨스트가 현지 지주사를 맡고 누-월드와 코스맥스유에스에이가 기초와 색조 화장품을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다.

미국 3곳의 현지법인은 경영 정상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적자만 쌓이고 있는 중이다.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한 지 8년이 지났지만 현지에 안착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누-월드, 코스맥스유에스에이에 이어 코스맥스웨스트까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코스맥스그룹은 OBM(제조사브랜드개발생산) 사업구조 때문에 미국 사업의 출혈이 지속됐다는 입장이다. 이는 제조업자가 직접 시장을 조사해 제품과 브랜드를 개발하고 이를 고객사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 등을 떠안아 부담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법인 코스맥스웨스트, 누-월드, 코스맥스유에스에이의 당기순손실은 각 830억원, 374억원, 2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50.7%, 215.9%, 67.6% 증가했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손상차손이 대거 반영되면서 지난해 손실 규모가 커졌다.

이를 비춰보면 이병주 부사장은 국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올해 미국 사업에만 집중해 현지법인의 경영정상화를 보다 빠르게 이뤄내야 한다는 과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 회장의 결단으로도 해석된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미국법인은 현재 OBM에서 ODM(제조자개발생산)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부담을 덜어내고 화장품 제조사업의 본래 기능에 역량을 집중시켜 흑자전환을 이뤄낼 계획이다. 이는 이병주 부사장의 재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코스맥스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이병주 부사장에게 미국사업을 전담시킨 것”이라며 “아직 승계를 논하기 이른 단계로 먼저 미국사업을 재건하는 게 급선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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