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IPO]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쏘나…전략적 카드 '주목'정의선 회장 지분가치 8000억 육박, 순환출자고리밖 운신폭 넓어
이윤재 기자공개 2021-04-16 09:31:06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0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하면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풍랑 속에 발을 담그게 됐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단 사실 하나만으로 그룹 지배구조가 어떠한 형태로 개편되더라도 전략적 활용이 가능한 카드로 꼽힌다.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시계는 지난 2018년을 기점으로 멈춰있다. 당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각각 인적분할해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분할비율에 대한 논란으로 인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와 주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
3년 만에 다시금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계기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국내·외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보내며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그간 업계 안팎에서 제기돼왔던 현대엔지니어링을 상장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됐다.
그룹 총수인 정 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갖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에서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등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곳들이 속속 증시에 입성한 바 있다. 비상장사 중에는 서림개발도 있지만 자산 규모가 130억원대로 여타 계열사 대비 미미하다. 바꿔 말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가진 현대차그룹 국내 계열사 중에서 마지막 비상장사인 셈이다.
현재로선 현대차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지 여부는 정해진 바가 없다. 과거 반대에 부딪혔던 현대모비스 지주사 전환 작업을 재개하거나 순환출자고리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지 등 시나리오만 난무할 뿐이다. 방향성은 정해진 바가 없지만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은 어떤 형태로든 활용이 가능한 전략적 카드로 꼽힌다.
먼저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룹내 순환출자고리 밖에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보면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4개 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 지배아래 있는 계열사일 뿐 순환출자고리와는 무관하다. 지분 유동화 등에 대해 운신의 폭이 넓다는 의미다.
지분가치만 놓고 봐도 여타 계열사 지분 평가액을 압도한다. 순환출자고리에 속한 현대글로비스나 현대차, 기아차를 제외하면 정 회장이 가진 개별 지분은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아, 이노션 정도가 꼽힌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 장외 시가총액은 8조원에 육박한다. 이를 토대로 환산한 정 회장 지분가치는 8800억원을 웃돌게 된다. 반면 이미 상장한 현대오토에버의 경우 정 회장 지분가치는 2000억원에 못 미친다. 다른 계열사인 현대위아와 이노션에 대한 지분 가치는 각각 400억원, 200억원 수준이다.
만약 과거처럼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가는 시나리오를 택하게 된다면 현대엔지니어링은 또 한번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에 시도했던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지주사로 삼는 방식만 봐도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비스 지주회사→현대차→현대건설'로 이어지며 증손회사에 위치하게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증손회사에 대해서는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시에는 지분 100% 보유가 불가능해 진다. 결국 후속조치를 진행해 현대엔지니어링을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현실적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회사를 단절해야 한다. 현대차그룹내 금융계열사는 대부분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어 관련 작업을 벌이는데 많은 비용 등 발생이 불가피하다.
지배구조 전문가는 "과거에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이슈가 강했지만 결국 외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며 "금융계열사라는 변수가 있어 지주회사 전환을 택하기에도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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