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벤처투자 분석]트렌드 됐다…중견사에서 대형사로 확대①2세경영 전환한 중견들 적극 추진, 대형사 '오픈 이노베이션' 일환 접근
이윤재 기자공개 2021-04-19 09:07:40
[편집자주]
과거 부동산 침체로 인한 '워크아웃' 상흔은 건설사에게 성장 동력 마련이 필요하단 교훈을 남겼다. 당장 생존이 치열한 중견사는 젊은 오너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벤처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2벤처붐에 사회적 관심이 쏠리면서 이제는 대형사도 벤처투자 열차에 올라타는 양상이다. 더벨은 벤처투자에 나서는 건설업계 현황을 조명해보고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현황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2: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래 건설사의 신사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벤처투자가 꼽힌다. 중견사를 주축으로 이뤄졌던 벤처투자가 이제는 대형사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벤처기업의 지분을 직접 투자하는 활동에서 벤처펀드에 유한책임출자자(LP)로 나서는 움직임으로 확대되고 있다.건설사가 벤처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갈구다. 국내 주택 경기 호황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변동성이 심하다. 국내 건설업계에 2010년 전후로 깊은 상흔을 남겼던 워크아웃 사태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촉발했다. 그때 얻은 경험으로 건설사 전반에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자리잡은 셈이다.
◇2세 경영 전환 맞물려 '벤처투자'로 사업 확장
선제적으로 벤처투자로 키워드를 잡은 곳들은 중견 건설사다. 생존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컸던 만큼 반대급부로 다양한 사업에 대한 확장 니즈가 컸다. 창업주에서 벗어나 보다 젊은 2세 경영으로 전환하는 시기라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했단 점도 꼽힌다.
우미건설이나 호반건설, IS동서 등이 대표적인 벤처투자에 나서는 중견 건설사다. 각 사마다 투자활동에 뛰어든 시기는 다르지만 비교적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시기를 추정해보면 4~5년 전이다. 투자방식은 벤처펀드에 자금을 대는 간접투자부터 직접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 지분을 취득하는 직접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투자에 활용하는 비히클(수단)은 각양각색이다. 우미건설과 IS동서는 나란히 오너 2세가 보유한 개인회사인 우미글로벌, 일신홀딩스를 활용해 투자를 벌이고 있다. 두 건설사 모두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지정돼 있어 체제 밖에 있는 개인회사를 내세운 양상이다.
반면 호반건설은 라이선스를 취득해 직접 투자활동에 나서고 있다. 신기술금융회사인 코너스톤투자파트너스, 액셀러레이터인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호반건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대기업집단에 들어가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는 아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젊은 오너 경영자들이 새로운 사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벤처투자 흐름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본업과 연관되지 않아도 투자처가 좋다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내건 대형사 스타트업 투자나서
건설사 벤처투자 트렌드는 대형사로도 번졌다. 최근 몇 년새 대형사들이 잇따라 스타트업 지분 취득 소식을 내놓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드론 제조 스타트업 '아스트로엑스' 지분 28.9%를 10억원에 사들였다. 톱티어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지난해말 건축자동설계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텐일레븐' 지분 6%(9억원)를 취득했다. 개방형 투자전략(오픈이노베이션)에 따른 첫 스타트업 투자다. 건설사는 아닌 디벨로퍼이지만 SK디앤디도 벤처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간접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그룹내 관계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활용해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벤처펀드를 처음으로 조성했다. 약정총액은 300억원이며 이중 99%인 297억원을 삼성엔지니어링이 책임진다. 태영건설의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는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지난해 조성한 '스마트 대한민국 네이버-스톤브릿지 라이징 투자조합'에 출자자로 참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내 벤처로 키워온 웍스메이트를 지난해 분사했다. 웍스메이트는 건설사가 필요로 하는 일용직 근로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가다(GADA)를 서비스하고 있다. 그룹 관계사인 HDC아이서비스가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대형사들이 뛰어드는 건 가볍고 빠르게 아이디어나 기술을 구현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사업적 제휴 가능성 등을 열어두는 셈이다. 부동산 관련 기술이 접목된 프롭테크부터 스마트건설,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 등이 타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일환으로 벤처투자에도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직접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주로 본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너지를 염두에 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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