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화이트바이오 열풍]'PHA 톱3' CJ제일제당, 글로벌 과점 나선다완전 생분해 플라스틱 대량생산 임박, 美 원천기술 인수 5년만에 상용화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19 08:10:13
[편집자주]
유통업계가 차세대 먹거리로 '화이트바이오'를 주목하고 있다. 화이트바이오는 나무·사탕수수·옥수수 등 식물 자원을 원료로 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하는 기술이다. 이같은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은 정부 환경 규제와 맞물려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화학업계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식품·유통업계도 잇달아 참전하는 추세다. 친환경 소재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유통사 현황과 그들의 주력 사업 및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6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식품과 소재 양대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오던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했다. CJ제일제당이 낙점한 분야는 PHA(Polyhydroxyl Alkanoate)이다. 2016년 약 1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미국 메타볼릭스사 PHA 원천 기술이 출발점이 됐다.PHA는 또 다른 대표적인 생분해 플라스틱인 PLA(Polylatic Acid)에 비해 고난도의 생산 기술이 적용되고 생산 비용도 높다. 그러나 PLA보다 높은 생분해도를 자랑한다. 생산의 전 과정이 미생물 대사회로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분해 과정 역시 바닷속이나 땅속 등 미생물이 존재하는 어느 곳을 통해서든 완전히 분해된다.
사업성 역시 뛰어나다. PLA에 비해 PHA는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딱딱한 플라스틱 제품이나 유연한 비닐, 필름 등을 모두 만들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두 종류의 소재를 모두 제조해 빨대, 플라스틱 컵, 비닐 봉투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상용화시킬 계획이다.
◇사내 독립기업 주도하는 PHA 사업…그룹 견인 미래 먹거리
CJ제일제당은 화이트바이오사업 육성을 위해 지난해 말 바이오사업부 담당 조직을 설치해 운영했다. 지난 달에는 아예 이 조직을 독립시켜 '화이트바이오CIC'로 전환하고 롯데그룹 화학계열사 롯데비피화학 대표를 역임한 이승진 부사장을 영입해 사업을 총괄토록 했다.
이승진 부사장은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인물로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미국 퍼듀대학교에서 화학공학 박사를 수료한 전문가다. 삼성정밀화학 신사업추진 담당, SK케미칼 고기능소재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쳐 롯데비피화학 대표이사까지 역임했다.
이 부사장이 이끌게 된 CIC는 'Company In Company'의 약자로 사내 독립적 기업을 의미한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친환경 플라스틱 사업을 하나의 계열사로 발전시킬 수 있는 먹거리로 보고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화이트바이오CIC는 내부에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조직 등을 각기 별도로 마련하면서 구색을 갖췄다. 소속 직원만 100여명에 이른다. CJ제일제당 체제에 구속받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조직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오장육부를 마련한 셈이다.
◇상용화 대량생산 목전…글로벌 독과점 시장 공급자로 우뚝
PHA 성장 잠재력은 화이트바이오 세부 소재시장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다. 전세계 PHA시장 규모는 2020년 6200만 달러(약 700억원)에서 2025년 9억800만 달러(1조174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PHA 시장은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미개척지로 남아있다. PHA 합성 기술을 보유하고 생산 능력까지 갖춘 기업은 전세계에서 미국 다니머, 일본의 카네카에 이어 CJ제일제당이 세 번째다. CJ제일제당이 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과점적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PHA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20%수준에 이르는 등 수익성 또한 높다.
CJ제일제당의 PHA 기술력은 이미 글로벌 인정을 받고 있다. 메타볼릭스사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사내 바이오사업부가 60년간 누적해온 발효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PHA 제품은 지난 2월 유럽과 북미에서 공신력 있는 친환경 인증기관 TUV AUSTRIA으로부터 생분해 인증을 취득했다. 국제 ISO표준과 EU 표준에 의거한 엄격하고 까다로운 평가 과정을 모두 통과했다.
연말부터 CJ제일제당은 PHA 대량 생산에 돌입한다. 인도네시아 파수루안에 소재한 CJ제일제당 바이오 공장 내에 PHA 전용 생산라인이 준공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파수루안 공장은 가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1년치 생산 물량인 5000톤 규모의 선주문을 수주했다.
CJ제일제당은 대량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내년 주요 시장 영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주로 유럽과 일본 등 친환경 플라스틱 규제가 매년 강화되고 있는 선진국이 대상이다.
기술력 있는 다른 기업과의 협업 노력도 이어갈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네덜란드 3D 프린터 소재 기업 '헬리안 폴리머스'와 PHA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3D 프린터 필라멘트 소재 개발에 나섰다. 앞으로도 포장재를 넘어 의료, 정밀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 소재로 활용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외부 협업 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이 생산하는 자체 식품 제품에 친환경 포장재를 적용하는 실험 또한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햇반 등 수많은 식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CJ제일제당은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포장재 수요를 가진 기업이기도 하다. 자체 수요만 친환경 소재로 대체할 수만 있어도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PHA가 글로벌 시장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바꾸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친환경 포장재 연구개발과 제품화에 더욱 힘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