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M&A 열기]'변신' 꿈꾼다, 기업 밖서 답 찾는 이유①불확실성 가득 '시장재편' 선점해야, '발빠른 진화' 인수합병 선호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22 08:09:14
[편집자주]
최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은 흥행 여부를 떠나 M&A(인수합병)에 대한 유통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다.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고 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간 인수합병과 제휴,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M&A는 변화한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M&A시장으로 몰려드는 유통가의 뜨거운 열기와 트렌드, 지향점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0일 11: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유통업계는 연초부터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이벤트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유난히 분주했다. 1분기를 달군 조단위 대어 이베이코리아 입찰부터 시작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까지 다양한 매물이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올해는 작년에 이어 코로나19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유통시장 환경이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단일 유통에서 종합 유통으로, 유통업에서 종합 플랫폼으로 시장의 수요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양상이다. 더군다나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IT기반의 뉴플레이어들이 등장해 '메기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기존 유통기업 입장에서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었다.
유통가가 과도기 또는 혼란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경쟁사보다 먼저 기회를 잡아야한다는 아이디어를 암묵적으로 공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택한 해법이 신규 기업 M&A다.
◇'시장재편기' 접어든 유통가, '발빠른 변신' M&A 주목
"극도로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슬기롭게 모색해야 한다…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할 수록 기업의 경쟁력과 위기관리 능력만이 성패를 가른다." (신동빈 회장 2021년 롯데그룹 신년사)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해'를 만들어 달라…시장 경쟁환경이 급격히 재편되는 올 한 해는 오히려 최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정용진 부회장 2021년 신세계그룹 신년사)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두 수장은 올 한 해를 이와 같이 규정했다. 연초 신년사에 드러난 두 수장의 당부는 놀랍도록 닮아있다. 현재를 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불확실성의 시기이자 위기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대담한 사고로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물론 위기에 대한 인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어느때보다 위기감이 팽배했던 것은 지난해였다. 지난해 기업들이 내부적 구조조정, 긴축 정책 등을 통해 갑작스레 맞닥뜨린 코로나19 외풍을 견뎌냈다면 올해는 상황이 좀 달랐다. 침체기에 빠졌던 경기가 서서히 풀리고 얼었던 소비 심리가 폭발하면서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긴축모드에 돌입했던 기업들에게도 발빠른 태세 전환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소비 심리는 빠르게 개선됐지만 이른바 '언택트'로 요약되는 올해의 시장은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덩달아 유통기업들의 생존 전략도 변해야 했다. 유통가가 최근 외부 기업 인수합병이나 제휴, 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기존 플레이어 기업들의 입장에서 M&A는 시장이 요구하는 새로운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는 방식이었다. 내부 투자를 통해 새롭게 필요해진 인프라나 조직, 기술을 시간을 들여 누적하는 것보다 외부에서 해당 사업을 이미 하고 있었던 기업을 인수하고 통합하는 방식은 유통 대기업들에게 그만큼 신속한 변신을 보장했다.
◇'이커머스·중고거래·패션·배달' 매물 다양…'플랫폼·언택트' 공통점
유통 대기업들은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나섰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한 카드가 M&A였다. 올 들어 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매물은 다양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은 오픈마켓, 중고거래 플랫폼, 야구단, 복지몰, 패션 및 배달 플랫폼까지 다양한 기업들을 들여다보고 인수를 검토했다.
신세계그룹은 주로 벤처캐피털 계열사 시그나이트파트너스와 이마트를 통해 주요 기업 지분 투자 및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신세계그룹이 2020년 7월에 만든 벤처캐피탈(VC)이다. 출범 후 지난 1년간 국내 패션플랫폼 에이블리, 미국 패션 브랜드 인타이어월드(Entireworld), 동남아 배달·운송 플랫폼 그랩(Grab)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마트는 2월과 3월 야구단 SK와이번스와 온라인 패션플랫폼 더블유컨셉(Wconept)을 연이어 인수했다. 각각 1000억원, 2600억원이 들어간 작지 않은 딜이었다. 합작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대해선 연초부터 미국 본사로부터 잔여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에 소극적이었던 롯데쇼핑도 올 들어 M&A시장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3월 중고거래 중개 플랫폼 중고나라 지분 인수에 300억원을 투입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도 여느 입찰 기업보다 관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더블유컨셉 입찰전에도 이마트와 나란히 참여했다.
유통가 대기업 중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진 현대백화점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12월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기업 복지몰 이지웰을 인수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1월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중국 자회사 푸디스찬음관리를 인수하면서 식품 사업 확장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전통적인 유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IT 기반에서 발아한 유통사들 역시 질세라 인수합병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카카오는 대신 패션플랫폼 '지그재그'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와 CJ, SK텔레콤도 유통 부문의 M&A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기업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매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모건스탠리는 국내외 사모펀드 운영사를 중심으로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가 운영하는 요기요 딜과 관련해 투자설명설명서를 발송했다. 더블유컨셉과 비슷한 29CM나 브랜디 역시 끊임없이 매물설이 이어지고 있는 기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온라인을 둘러싼 경쟁 심화를 우려하는 한편,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M&A 소식을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업종 경쟁 구도가 크게 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한동안 관망세를 유지하던 시장은 이벤트 소멸 시점에 기존 유통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를 단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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