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PEF]법 개정 통해 규제 낮추고 투자 자율성 '쑥'①10%룰 해체…창의적 딜 구조 등장 예고
조세훈 기자공개 2021-05-06 10:24:53
[편집자주]
사모투자펀드(PEF)시장이 일대 변화의 기로 앞에 섰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체계 개편이 본격화 되면 투자 방식에서부터 운용 규제에 이르기까지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기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기관 전용으로 바뀌어 자율성이 대폭 확대되는 등 모험자본의 역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더벨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른 사모펀드 제도 개선의 영향을 총 4편에 걸쳐 자세히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4일 14: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 분류체계가 6년 만에 개편되면서 한국형 사모펀드(PEF)가 제2의 전기를 맞고 있다. 태생부터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불완전 했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글로벌 기준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방식으로 사모펀드를 분류하는 과거에서 벗어나 국제적 기준의 틀로 모습을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분석이다.특히 기존 경영참여형 PEF 중심으로 변화의 물결이 예상된다. 그 동안 규제의 칸막이에 막혀 투자하지 못했던 영역들이 이번 법 개정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활동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소액 지분 투자부터 기업 대출까지 가능해 자산운용사, 은행과 경쟁이 가능해졌다. 국내 PEF는 새로운 투자처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로 재탄생…투자 자율성 확대
“숲을 기르면 호랑이는 저절로 오게 돼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금융허브론'을 내세우며 PEF 제도의 밑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계획은 차질을 빚었다. SK와 현대차그룹을 괴롭혔던 소버린, 엘리엇의 공격, 칼라일의 한미은행 매각으로 불거진 먹튀자본 논란은 금융허브의 동력을 상당 부분 잃게 만들었다. 다만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제도만은 도입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도입은 한참 후에야 이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IB 시장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진 가운데 국제적 수준의 금융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으로 2011년 한국형 헤지펀드가 도입됐다. 2015년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일명 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정체성이 확립됐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글로벌 기준과 달리 내부적 이해관계속에 '한국형 사모펀드' 제도가 잉태했다. 그 결과 투자 방식으로 분류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
한국형 사모펀드 모델은 헤지펀드(전문투자형)의 부실로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잇단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자본시장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헤지펀드 업계 1위인 라임자산운용을 비롯해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이 무더기 부실에 직면하면서 제도의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개인이 투자하는 ‘일반 사모펀드’의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자율성을 확대하는데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공제회 등의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기관 전용 사모펀드는 불필요한 규제가 대부분 사라졌다. 기존 경영참여형 PEF는 새로운 투자처 발굴이 용이해졌다.
◇새로운 투자처 '눈독'…PEF 저변 확대 기대감
기존 경영참여형 PEF는 이번 법 개정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PEF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운용사(GP)마저 우후죽순 생겨나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변화된 환경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GP마다 분주하게 스터디 하고 있다.
우선 외국계 PEF의 독무대였던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소수지분 투자가 가능해진다. 투자에 발목을 잡던 10% 이상 지분을 취득하거나 사외이사를 파견해야 하는 규정이 사라진 덕분이다. 그간 10% 미만 지분 투자를 위해서는 이사 자리를 보장받아야해 투자 대상이 제한되고 협상력도 낮아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5% 미만 지분 취득도 용이해지면서 백기사 펀드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도입된 '3%룰'은 감사위원 1명을 반드시 선임(이사와 별도)해야 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이사회 내에서 감사위원이 선출되다 보니 대주주 견제와 소액 주주의 권리 행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 만들어졌다. 5% 미만 지분 취득은 공시 의무가 없어 백기사 펀드의 운신의 폭이 넓다. 경영권 분쟁을 겪는 기업은 PEF를 대상으로 백기사 펀드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주주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역시 증가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가 도입되고 KCGI 등 '한국형 액티비즘'을 표방한 펀드들이 탄생하면서 주주행동주의의 서막을 올렸다. 10% 룰이 사라지면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주행동주의 펀드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만 가능했었던 대출형(Private Debt) 펀드도 허용된다. 그동안 경영참여형 PEF는 대출을 할 수 없었다. PEF는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할 수 있는 사모대출펀드(PDF)를 설립할 수 있다. 사전적 구조조정 기업은 은행에서 자금을 받지 못할 경우 유동성 확보를 위해 PEF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됐다.
한 PEF 관계자는 "이번 규제가 풀려 다양한 투자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며 "기존 접근하지 못했던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창의적인 딜 구조 등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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