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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리뷰]물산 활용한 지배력 강화 어려운 이유②전자 1대주주 등극시 지주사 전환…물산 아닌 다른 주체의 거버넌스 고민

김혜란 기자공개 2021-05-04 07:21:49

[편집자주]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삼성가의 상속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상세한 내용을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방향은 현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유지와 안정이다. 통상 재벌가의 상속은 소유구조 변화를 몰고 왔으나 삼성은 결이 다르다. 그간 삼성이 고민해온 지배구조를 현 시점에서 되짚어보고 추후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지목돼 왔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데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삼성물산 카드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보유지분을 늘려 1대 주주에 등극할 경우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삼성전자는 자회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로 전환되면 공정거래법상 삼성전자 지분을 20%~30%까지 늘려야 하는데 여기에 수십조원의 비용이 든다. 삼성물산의 보유지분을 늘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간접지배력을 강화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너 일가가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물산에 증여하는 안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멀리 내다봐도 마찬가지다. 만약 국회 계류 중인 '삼성생명법'이 통과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해도 지주사 전환 리스크 탓에 삼성물산 카드는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삼성물산의 전자 지분가치는 이미 67%, 지주비율엔 산정 안돼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의 연결고리로 이뤄져 있다. 삼성물산이 사실상의 지주사다. 이에 따라 상속과정에서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가 거론돼 왔다. 하지만 오너 일가는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물산이 지주사가 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20%까지만 확보하면 됐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요건이 높아졌다. 삼성물산이 수십조원의 지분 매입 자금을 감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삼성물산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사로 강제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2조에서는 지주회사 기준을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를 넘는 경우라고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지주사 강제전환에 대해 우려한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올라 자회사가 되지 않는 한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는 삼성생명(8.8% 보유)이고 삼성물산(5%)이 2대주주다.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장부가액은 24조2043억원이다. 삼성물산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자산은 44조4416억원이다. 삼성전자 장부가액이 삼성물산 총자산의 무려 54%에 해당한다. 이미 50% 기준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는 삼성물산의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지주비율을 따질 때 분자에 들어가지 않는다.

자회사의 장부가액을 나타내는 '종속기업, 조인트벤처와 관계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은 2조9000억원에 그친다. 이는 삼성물산 총자산의 약 7%에 해당한다. 현재 상황에서는 지주사로의 전환점인 50%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한참 여유가 있는 셈이다.

◇상속 주식 배분 끝나도 '생명보험법' 불확실성은 남아

만약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최대 주주가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생명은 현재도 삼성전자의 1대주주이지만 금산분리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되고 이에 따라 자회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삼성물산에 대해선 공정거래위가 삼성전자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차대조표상 삼성전자 지분은 매도가능금융자산에서 자회사(종속 기업 및 관계기업 투자)로 바뀐다. 삼성물산은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삼성의 지배구조는 뿌리째 흔들린다.

삼성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분모인 삼성물산의 총자산을 늘린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자산가치가 워낙 커 효과가 없다.

국회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여당 안대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중 최소 20조원 어치 주식을 팔아야 한다. 시장에서는 그룹 내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여력이 있는 계열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1대주주와 2대주주가 바뀌고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 전환 요건에 부닥친다. 결국 보험업법이 통과돼도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 삼성물산을 앞세우는 게 아닌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지주비율은 7%대 수준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 주주가 되면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지 않고 종속기업으로 전환된다"라며 "이 경우 지주비율이 70% 대로 오르고 그 이후부턴 어떻게 삼성전자 지분을 30%까지 확보하느냐라는 이슈로 넘어가 버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대주주로는 가지 않는 틀 안에서 거버넌스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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