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기업]'프리IPO' 옵토레인, 세계 체외진단 시장 석권 비전다중이용시설 코로나19 검사 공략, '이용 편의·플랫폼 확장성' 호평
박동우 기자공개 2021-05-03 13:05:4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14: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프리IPO 라운드로 160억원을 유치한 옵토레인이 세계 체외진단 시장을 석권하는 비전을 그렸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인구가 많은 개발도상국을 공략하면서 미국, 유럽에 접근하는 로드맵을 세웠다. 공항, 항만,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의 코로나19 검사 수요를 노린다.벤처캐피탈이 옵토레인에 실탄을 베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유전자 증폭(PCR)의 혁신을 이룬 성과를 호평했다. 질병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이용자의 편의를 향상한 대목이 수요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코로나19에 그치지 않고 암, 에이즈, 뎅기열 등 다양한 병에 활용할 수 있는 확장성 역시 주목받았다.
◇'65분 이내 검사 완료' 디지털 PCR, '양성 판정' 민감도 향상
옵토레인은 체외 진단 기기를 만드는 데 특화된 중소기업이다. 설립자인 이도영 대표(사진)는 2000년대 이미지 센서 개발사인 실리콘화일을 창업한 경험을 갖췄다. 그는 2014년 SK하이닉스에 실리콘화일을 매각한 뒤 옵토레인을 경영하는 데 매진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 R&D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의 융합을 추구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가 눈길을 쏟은 영역은 조기 진단 시장이었다.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질병을 예방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는 현상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디지털 유전자 증폭(dPCR)' 기술을 토대로 질병 발생 여부를 파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상보성 금속 산화막 반도체(CMOS) 칩 위에 시료를 얹어 분석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동종업계에서 많이 쓰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보다 진일보했다. 바이러스의 실제 숫자를 측정할 수 있는 이점도 지녔다.
이용 편의성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 대표는 "리보핵산(RNA)을 추출하고 시약을 섞는 과정이 필요없다"며 "콧물, 침 등 타액을 확보한 뒤 유전자를 증폭하고 스마트폰으로 진단 결과를 알려주는 데 65분 이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콧속 빈 공간(비인두)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시약을 투입하는 단계까지 포함하면 최대 6시간이 걸리던 실시간 PCR 방식과 차별화를 이뤘다.
감염병 확진자를 양성으로 판정하는 확률을 뜻하는 '민감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대목 역시 돋보인다. 반도체 칩 표면을 촘촘한 격자 모양으로 설계한 덕분이다. 잡아내려는 RNA를 각각의 구획 안에서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투자사들은 옵토레인이 갖춘 진단 플랫폼의 확장성에도 매력을 느꼈다. 올해 3월 지노믹트리와 손잡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옵토레인의 PCR 기술을 연계해 대장암, 폐암, 방광암 등 각종 암을 조기 진단하는 제품을 내놓는 데 협력키로 했다.
최근 프리IPO 딜(Deal)을 검토한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옵토레인은 PCR 기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체와 협업하면서 체외 진단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는 회사"라며 "신속하게 질병을 진단하는 강점을 살려 공공기관과 의료계를 대상으로 판로를 점차 넓힐 거라는 확신을 품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인도네시아 판로 개척, 단백질 정밀 측정 R&D 구상
옵토레인은 이번에 조달한 투자금 160억원을 영업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수가 책정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결정이 나오는 대로 대학 병원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차량을 활용해 이동형 진단 시스템을 선보이는 아이디어도 검토 중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공을 들인다.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 진단 기기를 납품하는 계획을 짰다.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성과를 검증하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접근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를 먼저 눈여겨본 건 두 나라의 인구가 각각 2억명을 웃돌기 때문이다. 내수 시장이 탄탄한 만큼 조기 진단 수요를 공략하기 적절하다는 분석을 내렸다. 모기 매개 감염성 질환, 에이즈, 결핵 등 다양한 질병을 겨냥한 디지털 PCR 기기를 개발하기에 유리한 곳이라는 전략적 판단도 녹아들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제3터미널에 진단 제품을 시범 설치하는 성과를 일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옵토레인의 기기가 러브콜을 받았다. 최대 20명을 대상으로 한번에 바이러스 양성 여부를 가려내는 집단 검사(pooling test)로 두각을 드러낸 덕분이다. 공항, 항만,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활용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뤄졌던 R&D도 재개한다. 국내 대학 병원과 협력해 만성골수성백혈병 진단 기기의 임상을 진행한다. 항암제 처방을 염두에 두고 혈액의 'BCR-ABL1' 유전자 수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계획을 세웠다.
브라질의 현지 바이오 기업과 함께 에이즈 바이러스 정량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몸속의 바이러스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식으로 치료제의 약효를 검증한다.
중장기 연구 구상도 그렸다. 시료 속 단백질의 정확한 숫자를 세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싣는다.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중화항체가 생성됐는지 여부를 살피는 효소면역분석법(ELISA)보다 1만배나 민감도를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명공학계 연구와 건강 진단 등으로 적용 대상의 폭을 한층 넓히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디지털 PCR 기술의 편리함과 신속성을 무기로 삼아 국내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벤처캐피탈의 재무적 지원을 토대로 마케팅과 R&D에 주력해 올해 매출 150억원, 영업이익 흑자 목표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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