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4월 30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임기가 꼭 일주일 남았다. 얼마 전까지 무르익던 연임설은 온데간데없고 차기 금감원장 하마평만 무성하다.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된 금감원장 3명 모두 민간 출신이었음에도 이번엔 ‘관 출신’이 자주 언급된다. 유력한 인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심지어 감사원 출신의 전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거론된다.
금감원 내부 인사로는 김근익 수석부원장과 김은경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이 꼽힌다. 사실 2명도 금감원 내부 출신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 수석부원장은 행시 34회로 공직 생활 대부분을 금융위에서 보냈다. 김 처장도 작년 3월 부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대학교수였다. 이밖에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권 인사 이름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금감원장은 논공행상처럼 아무에게나 내어 줄 자리가 아니다. 현재 금감원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못해 역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침울하다. 원장과 노조의 갈등이 극에 달해 있고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기고 있다. 한 때 ‘금융의 검찰’로 불리며 금융권을 쥐락펴락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런 금감원을 다잡을 수장이 되려면 적어도 몇 가지 자격은 갖춰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 장관들처럼 정권이 바뀌면 물러나는 관례에 따라 차기 금감원장 임기는 길어야 1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조직을 재정비하려면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우선 차기 금감원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리더십이다. 그것도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요구된다. 윤 원장은 온화한 리더십으로 직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임기 마지막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며 업무 추진 동력을 잃었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금감원 본연의 업무를 해 나가려면 카리스마는 필수다.
다음으로 포용력이 절실하다. 윤 원장은 내부 직원들에겐 한없이 관대했지만 금융회사들엔 독불장군 이미지였다.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최고경영자(CEO) 징계, 키코 재배상 등 하는 일 마다 금융사와 갈등을 빚었다. 후임 금감원장은 금융사를 동등한 플레이어로 대우하는 아량이 필요하다.
아울러 금감원 직원들의 결여된 자신감을 회복시킬 묘책도 준비해야 한다. 1999년 출범한 금감원은 줄곧 성장하는 조직이었다.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러나 몇 년 새 금감원 직원들의 자신감이 땅에 떨어졌다. 종합검사나 상시 검사, 회계·공시 업무 등으로 금융사와 기업을 벌벌 떨게 만들던 건 옛이야기가 돼 버린지 오래다. 금감원 한 임원은 “요즘 금감원 보도자료를 보면 죄다 통계 자료밖에 없다”며 “직원들이 자신감이 없으니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조금 거칠더라도 현재의 금감원엔 조직원들을 똘똘 뭉치게 할 카리스마 있는 대장, 전선 맨 앞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외칠 지휘관, 직원들의 자신감을 고취시켜 줄 리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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