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interview]상아탑은 옛말…기금운용 기지개 켜는 연세대민지홍 수익사업처장 "수익 모델 발굴 노력"

조세훈 기자공개 2021-05-07 08:08:17

이 기사는 2021년 05월 06일 0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학이 변하고 있다. 보수적 기금 관리 기조에서 탈피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정 고갈의 경고음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기금운용 수익에 눈을 돌리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미국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이미 기금 운용 전략을 통해 대학 재정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변화의 첫발을 내딛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중에서도 연세대학교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최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와 손잡고 건강기능식품 회사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시장에 깜짝 등장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세대학교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제조사인 네추럴웨이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미 미래 산업으로 건기식 시장을 낙점하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연세생활건강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M&A 시장을 활용했다. 네추럴웨이는 한국야쿠르트 '쿠퍼스'로 알려진 이중캡 음료 제품을 납품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인데다 연세생활건강 생산 공장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대학으로서는 최초로 바이아웃 딜을 했다. 이 과정에서 PEF와 공동으로 인수하며 투자 부담을 낮추는 전략적 행보도 보였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주로 하는 투자 방식을 대학이 실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민지홍 수입사업처장은 "기업인 출신인 허동수 이사장이 수익 사업을 통한 교육 재원 확보를 본격 추진했다"며 "이미 유관 사업을 하고 있으며 건기식이 미래 산업인만큼 (허 이사장이) 단호하게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자금 대부분을 정기예금으로 쌓아두는 국내 대학의 관행을 깨고 적극 운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구상에서 나왔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 입학금 폐지 등의 삼중고로 기금 고갈의 우려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로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부금 문화도 낮아 모금액이 해외 대학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대학 기금이 고갈될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예일대 등 미국 아이비리그가 전문적인 기금 운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이를 장학금과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선순환을 이미 만들었다. 연세대는 해외 명문 대학의 기금 운용 방식을 국내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대체투자 분야에서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60년대부터 연세유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사업 목적의 오피스 빌딩도 여러 채 보유중이다.

연세대는 수익성과 안정성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잘하는 분야부터 확대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민 처장은 "연세대는 외부 자문단과 내부 교수 자문단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우선 잘 아는 유관 기업 투자와 대학기술지주를 통한 벤처 분야 투자 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분야로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학 채권 발행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시설 증축 자금 마련과 수익 사업 마련 목적으로 채권 발행을 추진해왔다. 은행 차입 등은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해 과정이 복잡한 탓이다. 다만 교육부는 채권 발행에 대한 구체적 관련 법령이 없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990년대에는 학교채라는 제도가 있었지만 주로 동문들이 대상이었고 수익률도 없어 기부 성격이 짙기 때문에 활성화 되지 못했다. 연세대는 채권발행의 여건이 조성되면 재원조달 방법의 한 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안정적이고 건전한 대학재정의 운용을 위해 채권 발행에 대한 교육부의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기금, 공제회와 같이 대체분야 출자자(LP)로 나서는 방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민 처장은 "대체투자를 하려면 충분한 기금의 규모와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데는 공감하지만 아직 재원과 인력이 충분치 않아 당장은 어렵고, 미래를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대신 산학협력단 내 연세대 기술투자를 통한 투자는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동반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화가 유망한 기술을 발굴해 국내외 투자자본과 결합시키는 형태다.

연세대 기술지주회사는 앞서 투자한 바이오 회사 라파스를 2019년 11월 코스닥에 상장시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연세대는 허 이사장의 자금 운용 철학이 명확한만큼 기금의 규모가 커지면 언제가는 대체 시장에서 LP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