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코로나19 명암]유진저축은행, 매각 후에도 '내부거래' 이을까⑤유진디랩 등 수혜, 손바뀜 후 지원 지속 여부 관심
류정현 기자공개 2021-06-10 07:45:12
[편집자주]
저축은행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했다. 소비 부진과 경기 침체 늪에 빠진 곳이 있는가 하면 늘어난 유동성과 대출수요 흐름에 올라탄 곳도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 일으켜 저축은행 업계를 양극으로 나누는 분수령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완연히 달라진 저축은행의 상황을 각 하우스별로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진저축은행은 유진그룹에 편입된 이후 거래 관계를 맺는 특수관계자 수와 구성을 비슷하게 가져가고 있다. 전체 40개 특수관계자 가운데 10개 내외 업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전체 내부거래 금액도 큰 변화가 없었다.지난해는 특히 내부거래 비용이 눈에 띌 정도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내부거래에서 수익을 취하기 보다는 비용을 보다 더 지출해 계열사를 지원하는 식이다. 유진저축은행이 계열사 일감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KTB투자증권으로 유진저축은행 매각이 결정된 상황이란 점이다. 그룹 차원에서 일감 거래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일괄적으로 거래 관계가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용역 계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수관계자 중 거래회사 10여 곳…지난해 비용 대폭 증가
유진저축은행은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법인만 40개가 넘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총 45개 회사가 유진저축은행의 특수관계자에 포함됐는데 이마저도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4개 정도 줄어든 수치다. 공시로만 따지면 다른 저축은행에 비해 확연히 많은 숫자다.
그 가운데 내부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2017년 10월 유진그룹에 편입된 이후부터 꾸준히 10개사 내외의 범위에서 내부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구성은 크게 바뀌지 않고 매년 비슷하다. 지배기업인 유진기업을 필두로 동양, 유진엠, 유진아이티서비스 등이 매년 특수관계자 거래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같은 금융계열사로는 유진투자선물, 유진투자증권 등이 유진저축은행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를 맺은 특수관계자 수도 예년 수준이었다. 2019년 말 기준 유진저축은행과 내부거래 관계를 맺은 기업은 9개사이다. 2020년 11개사와 비교했을 때 2개사 정도만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유진저축은행이 특수관계자에 지급하는 비용은 크게 늘었다. 기본적으로 유진저축은행의 내부거래는 수익 취득 보다는 비용 지출이 더 많은 구조다. 수익은 종업원 대출에 대한 이자수익이 전부다.
지난해 4분기 누적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이 특수관계자에 지출한 비용은 32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동안 약 8억원을 지급했던 것에 비하면 4배가량 증가한 모습이다.
실제로 전체 영업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유의미한 수치를 보였다. 매년 0%대 수준이었던 영업비용 대비 내부거래 비용 비중은 지난해 말 1.37%를 기록하며 유진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1%를 넘어섰다.
◇일감 공급 통한 매출 지원, 대주주 교체 후 일부 이탈 전망
유진저축은행이 계열사에 일감을 주는 매입거래에서 발생한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이 계열사에 지급한 기타비용 총액은 약 31억4882만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8억원을 지급했을 때보다 4배가량 증가한 모습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지급한 곳은 유진디랩이다. 지난해에 유진저축은행은 유진디랩에만 20억원을 넘게 기타비용으로 지급했다. 2018년과 20019년 각각 900만원, 600만원 정도를 지급했던 것에 비교하면 확연히 많은 수치다.
유진디랩은 지난 2018년 주사업목적을 홈인테리어, 매장경영 등으로 변경하고 기존 유진기업 주식회사가 갖고 있던 홈 인테리어 사업 부문을 양수한 곳이다. 의장공사, 건축자재 도소매, 실내장식 및 내장 목공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유진저축은행의 본점 이전에 따른 내부 시공도 유진디랩이 맡았다. 유진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 강남구 선릉로에서 테헤란로로 본점을 옮기고 8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바 있다.
덕분에 유진저축은행이 유진디랩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유진디랩의 전체 매출액은 약 100억원이다. 유진저축은행이 지급한 기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10%를 넘는 셈이다.
광고대행사 유진엠도 유진저축은행이 꾸준히 매출을 지원하는 곳이다. 2017년부터 1~2억원 사이에서 기타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기타비용에 비하면 현저히 작은 수치이지만 예수부채에 대한 이자도 나름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총 6380만원 정도를 예수부채 이자로 지출했는데 2019년 2500만원 선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유진저축은행에 돈을 예치한 특수관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2019년 1개사가 예수금을 맡겼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총 6개사가 예수금을 넣었다. 지난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예수금 모집은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예수금은 증가한 것이다.
2020년 결산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의 특수관계자에 대한 예수부채는 총 435억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8억원의 예수부채를 기록했을 때보다 약 54배 넘게 늘었다.
올해 KTB투자증권으로 대주주가 교체되면 내부거래 구성에도 일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KTB투자증권이 금융투자업을 영위하고 있고 자산운용사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유진투자선물, 유진투자증권과의 거래는 멈출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가 변경되면 유진그룹이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점차 줄어들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그 외 계열사와의 거래지속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유진그룹의 금융계열 외 다른 계열사와의 용역도 점차 중단될 전망이다. 유진저축은행도 계약기간이 남았거나 업무 상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일단 정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진저축은행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와) 용역 자체는 멈추게 될 것"이라며 "다만 계속 업무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은 유지가 될 것 같고 일괄적으로 멈추지는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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