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28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발표는 예상된 결과였음에도 유통가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네이버와 연합을 맺고 지분 전체를 취득하려 했던 전략이나 예상보다 과감했던 베팅 등은 왕좌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딜 과정에서 이마트가 보여준 드라마는 벌써 미래 유통의 승자가 된 것 같은 기시감마저 들게 했다.이마트는 과거에도 M&A를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는 방식을 애용했다. 하지만 성사시킨 딜들은 과감하지만 때로는 엉뚱했고 한 방향으로 수렴하기보단 산만한 인상을 줬다.
비교적 호평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이마트의 최종 승리는 아니다. 지난한 전쟁의 시작일 뿐이다. 이마트는 이전까지 이익으로 상징되는 '성장의 질'을 무시할 수 없다는 그룹의 기조와 온라인 신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 사이에서 좌충우돌 했다.
이번 인수 결정을 기점으로 피 튀기는 '양적 성장'의 전장으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조 단위 인수 대금을 조달하는 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훨씬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마트의 목표와 전략 역시 완전히 바뀐다. 영업이익 흑자를 유지하는 안정적 성장이 아니라 적자를 무릅쓰고라도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고 성장률을 뽑아내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 적자 탈피와 구조조정에 몰두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더 자주 비교됐지만 앞으로는 쿠팡식 '계획된 적자' 전략에 보다 가까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는 4년간 1조원 이상을 3자 물류를 위한 풀필먼트 센터 확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총투자는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류·IT 인프라 신규 투자는 물론 고객 유치와 점유율 경쟁을 위한 각종 마케팅 투자와 가격 할인 경쟁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외로 인수대금 일부 차입에 따른 금융 비용도 연간 수백억원에 이른다.
관건은 앞으로 펼쳐질 전쟁을 버틸 체력이 있는지다. 대승을 겨냥하고 당장의 적자를 감내하는 출혈 경쟁은 '치킨 싸움'으로 흔히 격하된다. 그러나 적자를 감내할 여력이 되는 강자만이 과감하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만 3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감내했지만 점유율을 6%포인트 높였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 딜에 대해 "앞으로 유통 시장에선 온라인 강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요약했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마트는 그간 혁신에 기민한 IT 베이스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평가 받았다. 이번 인수는 유통업에 대한 노하우 외에도 미래에 대한 비전, 승부 의식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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