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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늦깎이의 반란' 박호건 멀티에셋자산운용 헤지운용본부장30대 중반 펀드운용 입문, 4년만에 클린에너지펀드 흥행 견인…'글로벌 자산배분' 주특기

이효범 기자공개 2021-07-02 13:34:34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외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멀티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가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연간 기준 수익률 100%를 웃돌았고, 같은 기간 1000억원이 넘는 자금몰이를 했다. 대체투자에 특화된 운용사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펀드 성과를 이끌어 낸 책임운용역은 박호건 헤지운용본부장(사진)이다. 2016년 11월 30대 중반 나이에 펀드매니저로 전향한 그가 4년여만에 이룬 성과였다. '늦깎이'로서의 역경에 대한 보상이자, 펀드매니저로서 더욱 확신을 가진 계기였다. 앞으로 주특기인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으로 인컴펀드 트랙레코드 쌓기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성장 스토리: '헤지펀드 PBS→펀드매니저' 전향

서울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박 본부장은 군복무를 마치고 2007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리테일사업부와 PBS(프라임브로커)본부 등을 거치면서 수년간 증권맨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펀드매니저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PBS본부에서 근무하면서다. 2012년은 국내에서 헤지펀드가 태동했던 시기다. PBS는 시딩투자를 통해 헤지펀드를 키우는 동시에 운용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조직이다. 이 조직에서 다양한 운용역들과 소통하면서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PBS본부에서 바로 펀드매니저로 전향한 것은 아니었다. 2015년 상품개발운용본부로 이동해 글로벌자산배분 업무를 맡았다. 증권사의 랩어카운트, 신탁 비이클을 운용하는데 기반이 되는 모델포트폴리오(MP)를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트레이딩을 하지는 않았지만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던 시기였다.

이듬해인 2016년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펀드매니저로 전향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펀드매니저로 출발하기에는 다소 늦은 편에 속했다. 직종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

박 본부장은 "증권사에서 수행했던 기획 및 관리 경험은 전반적인 운영, 비용관리 등 펀드 관리자로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프라임브로커리지 부서에서는 각종 운용 툴(Tool) 외에도 자본시장법과 운용 관련 규정에 대한 소양을 익힐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중위험·중수익' 타깃…시장에 맞서지 말라

멀티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계열운용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 효과)를 피하는 게 숙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중위험 중수익 상품을 공급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대체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색깔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의 펀드 고객들에게 유가증권을 통해 중위험 중수익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특기는 글로벌 자산배분이다.

그는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을 위해서는 적절한 자산배분을 통한 변동성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헤지운용본부에서 운용하는 모든 펀드들은 본부 내 설정된 자산배분 방안과 관리지침을 기반으로 운용된다"고 설명했다.

투자철학 역시 멀티에셋자산운용의 색깔과 맞닿아 있다. '시장에 맞서지 말라'는 운용철학을 강조하는 이유다. 면밀한 분석으로 시장을 전망해 투자를 하는게 펀드매니저의 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시장이 항상 전망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그는 "포지션을 들어갈 때 원칙을 정하고, 판단이 틀렸을 때는 언제든 빠질 수 있어야 한다"며 "정립한 원칙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서는 대안이 되는 플랜B를 마련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1 : EMP펀드로 '글로벌 자산배분' 역량 발휘

박 본부장은 글로벌자산배분 전략에 주력한다. 대표펀드 중 하나로 '멀티에셋글로벌EMP솔루션증권투자신탁'을 꼽을 수 있다. 이 상품은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다양한 ETF(상장지수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다.

일상적인 루틴은 글로벌 시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 유럽시황을 점검하고 포지션 계획 구상한 이후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시장을 모니터링 하면서 대응한다. 아시아 시장이 마감되면 당일 운용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미국 유럽 시장의 포지션 구축한다. 이처럼 매일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글로벌EMP솔루션펀드의 성과가 갈린다.

이 펀드 운용을 맡은건 2018년 1월부터다. 작년말까지 최근 3년간 누적 수익률은 15.47%로 유형수익률 12.61%, 벤치마크(BM) 수익률 15.07%를 각각 상회하고 있다. 책임운용역을 맡은 첫해 그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2018년 해당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3%였다.

당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긴 했지만 벤치마크와 유형수익률에 비해서는 양호한 성과였다. '시장에 맞서지 않는다'는 그의 운용철학처럼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한 결과였다. 특히 수익률이 부진할 경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높이기 보다, 완만하게 비중을 조절하면서 기회를 모색한다. 상대적으로 펀드 손실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트랙레코드2 : 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 수익률 100% 상회

지난해 펀드매니저로서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운용하는 또다른 상품인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로 100% 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펀드는 EMP펀드와 달리 성장종목인 글로벌 클린에너지 기업 주식에 투자한다. 'S&P Global Clean Energy Index' 지수를 아웃퍼폼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7년 국내에서는 해외투자 붐이 일었고 직접 투자가 어려워 해외펀드로 자금이 몰렸다. 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도 당시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해외펀드 중 하나였다. 이듬해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해외펀드들이 청산됐지만, 이 펀드는 꾸준히 운용돼 왔다.

박 본부장은 2018년 3월부터 이 펀드 책임운용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풍부한 유동성 아래 성장주 주가가 큰폭으로 상승했다"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공략과 맞물리면서 클린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큰폭으로 오른게 펀드 성과에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 펀드 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박 본부장은 글로벌클린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의 콘셉트에 확신을 갖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클린에너지 기업에 투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게 그의 전망이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꾸준한 노력파, 월배당인컴펀드 운용 사활

'늦깎이 펀드매니저'라는 타이틀은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멀티에셋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에도 기회를 부여받기보다 거절 당한 경험이 많았다. 정식으로 펀드매니저가 된 후에도 운용 경력이 짧다는 업계의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했다. 다른 펀드매니저들에 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맞섰고, 결과적으로 그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같은 여건 때문일까. 박 본부장은 '꾸준한 노력파'로 평가된다. 성공에 취하지도, 초심을 잃지도 않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 역시 그가 항상 되새김질 하는 덕목이다.

글로벌EMP펀드 운용 노하우를 기반으로 월지급식펀드 운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멀티에셋글로벌EMP월배당인컴증권투자신탁'이다. 매월 펀드 가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인컴 수익을 제공하는게 특징이다.

운용사 PI(자기자본투자) 자금 50억원을 받아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다. 펀드 설정 이후 8개월간 운용을 지속해온 결과 매월 '연 3%' 수준의 인컴을 냈다. 당장 펀드 운용 규모를 키우기보다 장기간 트랙레코드 관리하면서 인컴 수요에 맞는 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월배당펀드는 글로벌EMP펀드에 비해서 고배당 ETF 투자에 더욱 초점을 두고 운용한다"며 "그동안 월지급식 펀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트랙레코드를 쌓지 못해 사라진 펀드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3년간 확고한 레코드를 쌓는게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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