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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구조 바꾸려는 대한해운, '첫 성과' 나왔다 단기신용등급 'A3-→A3' 한단계 상향 조정, 재무 개선 지속 '원동력'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07 08:16:31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5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라마이다스(SM)그룹 소속 벌크선사 대한해운은 올 초부터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자회사의 자산 매각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건실한 재무를 바탕으로 장기신용등급(기업신용등급)을 부여받아 회사채 위주의 차입구조를 갖추는 게 최종 목표다.

이 같은 행보가 마침내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장기신용등급은 아니지만 전자단기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시 필요한 단기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된 것이다. 장기 운송계약 위주의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이 이번 등급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나이스신용평과와 서울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해운의 단기신용등급을 기존 'A3-'에서 'A3'으로 한 단계 높였다. 지난달 유상증자 대금이 납입 완료된데다 자회사 대한상선이 컨테이너선 3척을 추가 매각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현금 유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다. 기존 잔여금에 신규 매각대금까지 1300억원 가량의 순현금이 들어오면 유동성 관련 지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나이스신용평가>

뿐만 아니라 대한해운은 현재 전체 매출에서 장기운송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2019년부터 사업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벌크 스팟(SPOT) 비중을 줄이고 장기계약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온 결과다.

특히 운영선대의 대부분이 포스코나 한국가스공사 등 우량화주와의 계약과 장기대선에 투입되고 있다. 장기계약에 기반한 매출 비중이 크다는 건 수익 창출 안정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대한해운 자체는 물론, 계열사인 대한상선과 SM상선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별도의 재무지원이 필요없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회사 입장에선 이번 성과가 상당히 고무적이다. 목표인 장기신용등급 획득은 아니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확보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진 첫 사례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한해운은 2017년 장기신용등급이 소멸됐고 단기신용등급도 'A3-'에서 수년간 변함이 없었다.

대한해운이 본격적으로 재무 개선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건 지난 3월이다. 2013년 SM그룹에 인수된 이래 8년 만에 처음으로 186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자본을 확충하고 차입금을 갚아 부채비율 등 재무지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작년 말 해운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겪기 시작하며 SM상선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점도 대한해운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주요 주주인 SM그룹 계열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별다른 문제 없이 성공리에 유증을 마쳤다.


재무에 신경을 쓰게된 데에는 별도의 속사정이 있다. 연간 금융비용이 900억원을 넘기는 등 감당하기 어려워지며 고민이 커졌다. 지속적인 선박 투자와 운영자금 마련 등으로 차입금이 2조원 수준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영업실적 증감과 무관하게 이자비용은 매년 늘어 '번 돈'의 대부분이 이자로 빠져나갔다.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쓰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한해운은 단기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 2018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CP를 55차례, 전단채를 48차례 발행했다. 만기는 대부분이 3개월이고 짧게는 12일인 것도 있었다. 최장 기간은 1년으로 그 이상은 전무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6개월 내 만기가 돌아오는 미상환 CP 잔액은 260억원, 단기사채(3개월 내 만기)와 사모 회사채(1년) 잔액은 각각 990억원, 173억원으로 파악된다.

단기채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장기신용등급이 없었던 탓이다. 2017년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사업(미주·아시아 노선)을 영업양수할 당시 몇 차례에 걸쳐 등급 강등이 이뤄졌다. 당시 신평사들은 대한해운이 직접적인 자금부담과 더불어 신규사업(컨테이너) 진출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았다고 봤다. 스팟 확대 등 사업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해 앞다퉈 등급을 내렸다.


단기채 위주의 차입구조에는 늘 불안정성이 상존했다. 3개월에 한번씩 만기가 돌아와 시도때도 없이 증권사를 드나들며 자금 융통에 나서야 했다. 반복적인 차환만으로 충분히 벅차 장기적인 재무전략 수립은 꿈도 꾸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금융시장 전반이 얼어붙었던 작년 초엔 자금 회수 연락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세운 목표가 신용등급 획득이다. 장기채 발행이 가능해져야 불안정한 재무상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또 다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특히 대한해운은 현재 컨소시엄을 이뤄 카타르 LNG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선박투자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연내 입찰 결과가 나올 경우 또 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회사채는 아직 신용등급이 없고 기업어음과 전단채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됐다"며 "회사채 신용등급 획득을 목표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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