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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의 '눈높이'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1-07-16 13:02:01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07:2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출퇴근하면서 살아요?"

어설픈 부동산 지식이지만 30대 초반 후배에게 특정 지역 아파트 매수를 권한 후 돌아온 말이다. 그럴 만도 한 게 서울 중심지도 아니고 전철역과도 거리가 다소 있는 오래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요샛말로 핫 플레이스가 아니라서 라이프 스타일을 '플렉스(flex)'하지 못할 곳이다.

그럼 어떤 곳을 원하냐고 물으니 주위에 운동을 좀 할 수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가 있고 전철 역과 다소 가까운, 신축이 아니어도 괜찮으니 준신축 정도의 아파트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물론 향후 가격이 오를 만한 곳인 건 필수 전제다.

30대 초반이 가질 수 있는 자금은 빤하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는 금수저가 아닌 이상 후배가 말한 아파트를 사는 건 불가능하다. 그 후배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얼추 1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해 보였다.

주택 문제와 관련해 2030 세대는 40대와 50대들에게 불만 혹은 피해의식이 있다고들 한다. '당신들은 운좋게 집을 샀고 그 상승분을 오롯이 다 누리고 있으니 우리는 그 탓에 집 사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그런데 2030세대가 못 사는 집은 40대와 50대의 눈높이에 맞춰진 역세권 신축 아파트가 아닐까. 혹 40대와 50대가 과거 20대와 30대 시절 살았던 집은 지금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 원룸과 빌라, 오래된 구축 아파트, 마을버스는 타야 갈 수 있는 정도로 외진 곳의 아파트 등 금융을 잘 활용하면 사회 초년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많다. '시대가 변했잖나요. 왜 라떼를 이야기하나요'라고 타박한다면 딱히 할 대답은 없다. 그냥 주거의 눈높이에서만은 세대 차이가 사라진 것이구나 생각할 뿐이다.

아파트 이야기를 꺼낸 건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전적으로 기성세대가 살아온 경험에 근거, 눈높이를 확인했다는 걸 이야기할 뿐이다. 금수저가 아닌 40대 중반의 필자도 20대에 원룸을 전전했고 30대에는 마을버스를 타고 다니며 재테크의 단계를 천천히 밟아갔던 적이 있다. 아마 우리 세대 대부분이, 그리고 그 부모 세대들도 그랬으리라.

집만 그럴까. 주식과 비트코인 등 다른 재테크 수단에서도 세대간 시각 차이는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면 젊은 세대들은 물론이고 지금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투자에 대한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다.

코로나 이전만 해도 4~5% 정도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대세였다. 자산가들마저 평소 2~3% 성과에 만족하면서 4~5% 수준의 상품이 나온다고 하면 돈을 싸들고 PB를 찾을 정도였다. 물론 안정적인 운용을 원하는 자산가들은 눈높이를 아직도 그 수준에 맞추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사람들의 눈높이는 너무 달라졌다. 주식 투자에서 따상, 따따상을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수백배, 수천배의 수익률을 안겨준 가상화폐 투자 성공 스토리가 '칭송받는' 시대다.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넘사벽' 수준이다.

이렇게 치솟은 눈높이는 거대한 유동성이 낳은 신기루는 아닐까. 혹은 실물 경제가 받쳐주지 못해 결국엔 무너져버릴 모래성은 아닐까.

코로나 뿐 아니라 경제 정책의 정상화를 위해 각국 정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산 시장 역시 변화의 목전에 있는 듯 하다. 지금 이 순간, 자산 시장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논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분명한 건 그동안 눈높이가 너무 높아졌고 이에 대한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야 살(buy) 수도 있고, 살(live)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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