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LT그룹]LG家 3세 독립경영...막내 구본식 회장이 택한 '건설'①2018년 4세 구광모 회장 취임, 이듬해 LT그룹 출범
박상희 기자공개 2021-07-27 10:24:25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2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T그룹은 생경하다. 알고 보면 LG그룹과 GS그룹을 안정적인 매출처로 확보하고 있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가계도를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LT그룹의 오너인 구본식 회장(사진)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막냇동생으로, LG가(家) 방계 로열 패밀리다.LT그룹은 2019년 희성그룹으로부터 독립했다. LT그룹 출범은 2018년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으로 대표되는 LG가 4세 경영과 맞물려 3세 독자경영 구축 차원으로 풀이된다. 일찌감치 독립한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2남인 구본능 회장(희성그룹)에 이어 4남 구본식 회장(LT그룹), 그리고 올해 3남 구본준 회장(LX그룹)도 독립경영 체제를 이뤘다.
구본식 회장이 독립을 위해 선택한 계열사는 LT삼보(옛 삼보이엔씨)다. 희성그룹의 '캐시카우'로 불리며 2010년대 초반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던 LT삼보는 당초 구본식 회장과는 직접적으로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다. 구본식 회장 부자는 2017년 돌연 LT삼보 주식을 매입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후 구본식 회장이 독립체제 구축을 위해 낙점한 계열사는 전문건설사인 LT삼보였다.
◇구광모 체제 앞두고 3세 막내 구본식, LT그룹으로 독립경영
국내 재벌 가운데 가장 유교적 색채가 강한 LG그룹은 4세 경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장자 승계' 원칙을 지켜왔다. 고 구자경 명예회장은 슬하에 네 명의 아들을 뒀다. 장자인 고 구본무 회장이 총수 자리를 물려받았다.
이후 고 구본무 회장의 형제들은 구본준 LX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은 채 경영 활동을 펼쳤다. 첫째 동생인 구본능 회장은 2006년 일찌감치 희성그룹으로 독립했다. 막냇동생 구본식 회장은 희성그룹 소속으로 일하면서 두문불출 했다. 둘째동생인 구본준 회장만 유일하게 LG그룹에 몸담았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2018년 6월 지주사인 ㈜LG 대표이사 회장에 오르며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이와 맞물려 3세 형제들의 독립 경영 계획도 가닥이 잡혔다. 구본식 회장은 2019년 LT그룹을 출범시켰다. 구본준 회장은 올해 LX그룹으로 독립했다. LG그룹 승계의 또 다른 전통은 다음 세대로의 승계가 시작되면 선대의 형제는 모두 경영에서 물러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LT그룹의 출범은 단순히 구본식 회장의 개인적인 독립에 그치지 않는다. 4세 구광모 회장 시대를 앞두고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숙부인 LG가 3세들이 독자적인 경영 독립에 나선 것으로, 유교 가풍에 기인하는 노련한 승계 원칙과도 맞물려 있는 셈이다.
구본식 회장은 주로 희성그룹에서 일해왔다. 둘째 형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는 달리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지난 2011년부터 구본능 회장이 한국야구위원회 총재로 이름을 올리며 대외활동이 많아지자 부회장 자격으로 희성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은둔의 경영자' 구본식 회장, 건설 계열 '삼보이엔씨' 들고 독립
고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회장은 1996년 희성금속, 국제전선, 한국엥겔하드, 상농기업, 원광, 진광정기 등 6개 회사를 중심으로 희성그룹으로 계열분리했다. 고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듬해 계열분리에 나섰다. 지금의 LT삼보는 옛 삼보지질 시절 경영난으로 인한 법정관리를 거쳐 1996년 희성그룹에 편입됐고, 2008년 삼보이엔씨로 사명을 변경했다. LT그룹 출범 이후 LT삼보로 이름을 바꿨다.
구본식 회장은 희성그룹 경영에 오래 동안 관여해왔지만 LT삼보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었다. 주식을 보유하지도, 경영진에 이름을 올리지도 않았다. 현재 LT삼보 경영총괄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구본식 회장의 주요 경력은 럭키금성상사가 전부다.
럭키금성상사는 LX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변경한 LG상사가 1995년 이전까지 사용한 회사명이다. 럭키금성상사에 근무하던 구본식 회장은 1996년 형 구본능 회장이 희성그룹으로 계열분리하면서 적을 옮겼다. 구본식 회장은 현재도 희성그룹 주축인 희성전자 지분을 16.7% 보유하고 있다. 구본능 회장(42.1%)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율이 높다.
구본식 회장은 2018년까지 희성그룹 부회장으로 계열사 경영 전반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LT삼보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 LT삼보 사업보고서나 분기보고서나 구본식 회장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2016년까지만 해도 LT삼보는 희성전자의 자회사였다. 최대주주인 희성전자 지분율이 93.47%에 달했다. LT삼보는 2017년 구본식·웅모 회장 부자가 희성전자로부터 지분을 매입하면서 사실상 가족회사로 전환됐다. 현재 구웅모 씨가 LT삼보 지분 48.28%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구본식 회장은 45.28%를 보유하고 있다.
구본식 회장은 2017년 LT삼보 주식을 취득한 이후 2018년부터 희성그룹을 떠나 LT삼보를 비롯한 LT그룹 계열 경영만 챙기고 있다. LT삼보는 계열사로 엘티메탈, 엘티정밀 등을 두고 있다.
LT삼보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496억원, 영업이익 117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1.2%로, 두자리수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자산총계는 9600억원으로, 1조원에 근접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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