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11월 현대HCN 인수 본계약을 체결할 때만 해도 함께 사기로 한 현대미디어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현대미디어는 매각가 290억원으로 4911억원인 현대HCN에 한참 못미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패키지 딜을 원해 불가피하게 사야 했지만 내실을 충분히 갖춘 기업 정도로 인식됐다.현대미디어가 이번 딜의 관전 포인트가 된 건 지난 5월 KT가 인수주체로 나서면서다. KT는 작년 인수전이 한창일 때만 해도 팔짱을 끼고 있었으나 돌연 입장을 바꿨다. 올해 드라마 제작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 설립으로 시작한 미디어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려면 마지막 퍼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필요했다.
인수주체 변경 소식을 전한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수 기회를 KT에 넘기는 건 득될 게 없기 때문이다. 현대미디어 채널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 예능 제작에 쓴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내부에선 경영진 배임 혐의 고발 주장이 나올 정도로 노사 대립이 심해질 조짐이었다.
이번 사태 배경에는 KT와 스카이라이프 간 해묵은 갈등이 있다. 두 회사는 지배구조상 모자 관계이지만 실질적으론 경쟁하는 사이다. 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인터넷, 알뜰폰 사업 모두 KT와 경합한다. 방송 제작, 편성을 독자적 경쟁력으로 삼아 보려 했는데 이마저도 KT가 하겠다고 나서니 볼멘소리가 나올 만 하다.
KT의 이사회 개입도 반발 격화에 한몫했다. KT는 스카이라이프 이사회에 전현직 임원을 기타 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배치하고 있다. 이같은 구조는 과거 낙하산 사장 임명 단초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스카이라이프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내려지자 구성원들은 모회사를 우선시하는 이사회를 좌시할 수 없었다.
KT는 두달의 줄다리기 끝에 반발을 잠재우고 인수주체 변경을 확정했다. 미디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스카이라이프와 스카이라이프TV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KT스튜디오지니는 드라마 제작에 집중하고 스카이라이프TV는 예능에 주력한다. 미디어 '원팀'을 만든다는 포부다.
표면적으로 아름다운 결말이지만 이번 인수주체 변경 과정에서 드러난 불씨는 남아 있다. 스카이라이프 구성원이 이사회에 대한 불신을 공공연하게 밝힌 만큼 언제든지 갈등이 재점화 될 수 있다. 콘텐츠 단가 책정과 편성이 이뤄지는 매 순간이 고비다. 내년 정기주총까지 임기인 김철수 스카이라이프 대표 후임을 정할 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KT는 이달 현대미디어 인수 허가를 받고 KT시즌 법인을 세우면 미디어 사업 구조조정을 일단락 짓는다. 이젠 국내 콘텐츠 최강자 CJ ENM, 지상파와 손잡은 SK텔레콤, 엔터로 세를 확장하는 네이버, 카카오와 경쟁해야 한다. 내부 잡음을 신경쓰면서 맞붙기 버거운 상대들이다. 먼저 지배구조 리스크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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