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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플로 모니터]역대급 실적 올린 기아, 매출채권 담보대출 급증 배경은매출채권 급증으로 현금 유입량 감소...5년래 최대 규모

양도웅 기자공개 2021-08-10 07:54:14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6일 14: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가 예년 보다 은행 문을 자주 두드리고 있다. 매출채권이 급증하면서 어느 때보다 손익 측면에선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만 당장 들어오는 현금의 양이 줄어들어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모습이다.

활용한 매출채권 담보대출의 금리가 낮아 빌린 금액에 비해선 이자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는 점은 다행일 수 있다. 단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경우 현금 조달 방식을 다양화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마침 기아는 최근 3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수천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 현금흐름엔 부정적, 매출채권 담보대출로 1년여간 3조원 조달

기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9조1680억원, 영업이익 2조664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매출액은 1.8%, 영업이익은 2.8%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분기까지 이익이 감소했지만 4분기부터 시작된 '보복 소비' 열풍으로 회복을 넘어 향상된 결과를 냈다.

실적 향상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조5817억원, 1조76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8%, 142.2%씩 증가했다. 2분기에도 매출액 18조3395억원, 영업이익 1조4872억원을 올리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특히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였다.

하지만 이러한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기아는 차입금을 대폭 늘리며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바로 매출채권 급증 때문이다. 일종의 외상을 뜻하는 매출채권은 손익계산서에는 플러스(+)로 작용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늘리지만, 현금흐름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반대 효과를 낸다.

이러한 매출채권 급증은 코로나19 장기화를 고려해 물건을 매입하더라도 현금 사용은 최대한 늦추려는 기업들의 사정이 밑바탕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의 매출채권 회수기간은 2019년 평균 34.0일에서 2020년 42.4일로 늘어났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기아의 매출채권 대부분은 본사로 귀속되기 때문에 별도기준의 재무제표를 봐야 그 증감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기아의 매출채권은 2019년 4분기 말 3조2304억원에서 2020년 4분기 말 4조7554억원으로 불어났다. 최근 5년래 최대 규모다. 올해 1분기엔 더 증가해 분기 말 6조724억원을 보였다.

이는 그만큼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적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기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엔 -771억원이었다. 올해는 영업활동 과정에서 오히려 현금을 더 많이 쓴 셈이다.

막상 손에 쥔 현금이 줄어들자 기아는 어느 때보다 많이 불어난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방법을 택했다. 2020년 새롭게 빌린 매출채권담보대출(무역금융 계정)은 2조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해에 늘린 차입금의 60%가량이 매출채권 담보대출이었다.

기아의 매출채권 담보대출 이용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1분기에도 매출채권이 크게 증가하면서 실제 회사에 유입된 현금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아는 올해 1분기에 매출채권 담보대출로 1조3000억여원의 현금을 새롭게 확보한 것으로 계산된다. 매출채권 담보대출로 조달한 현금은 설비와 지분투자에 적극 활용했다.
위 매출채권담보대출 규모는 누계이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 3년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주우정 본부장 "순이익 통해 유동성 확보할 것"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기아와 같은 수출기업들이 흔히 활용하는 현금 확보 수단이다. 예컨대 분기당 영업활동으로 10조원(별도기준) 안팎의 현금을 창출하는 삼성전자도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이용하는데, 주된 목적은 환리스크 헤지(Hegde)다.

수출기업들은 외화로 대금을 받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이익이 발생하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하는 조건에 놓인 셈이다.

이러한 환율 변화에 따른 손익 변동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기업들은 매출채권을 은행 등 금융기관에 맡기고 원화 현금을 미리 확보한다. 이때 금융기관에 지급하는 이자는 기업 입장에선 헤지비용이고, 금융기관 입장에선 짊어진 환리스크에 대한 대가이다.

기아도 수출기업인 만큼 환리스크 헤지 목적에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꾸준히 이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매출채권 담보대출 규모를 늘린 건 헤지 목적이라기보다는 앞서 설명했듯이 현금흐름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했거나 외려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인 이유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사실상 '제로 금리'에 육박한 점도 대출을 예년보다 더 이용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자비용 부담이 증가한 대출 규모에 비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1분기 기아의 매출채권 담보대출 최고 이자율은 각각 1.19%, 0.91%로 예년보다 낮았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아울러 기아가 지난해 약 3년 만에 회사채 시장을 찾아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매출채권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현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아는 올해 1분기에도 3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해 전기차 관련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러한 현금 확보 노력으로 기아의 올해 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별도기준 1조1674억원, 연결기준 11조7609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모두 증가했다. 최근 외부 차입이 늘었지만 그간 보수적으로 재무 관리를 해온 까닭에 순현금 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차입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올해 상반기까지 진행했다"며 "순이익을 통해 (유동성이) 확보되는 방향으로 가져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순현금 증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아의 순현금은 연결기준 7조87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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