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정기 신용평가]한숨 돌린 현대·기아, 전기차 시대 경쟁력은 '아직'2021년 판매·실적 개선 전망, 재무건전성도 우수…품질관리 리스크는 온도차
이지혜 기자공개 2021-06-30 14:02:5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9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한숨 돌렸다.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더해 엔진문제와 전기차 리콜사태까지 겹쳐 고전했던 것과 대비된다. 내수시장이 굳건히 받쳐준 데다 미국판매도 회복되며 올 1분기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를 벗어났다.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친환경차 시대가 성큼 다가온 만큼 불확실성도 짙어졌다. 전기차 판매량과 기술력은 앞서 있지만 품질관리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당장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도 과제다. 신용도 하향 압박이 걷혔다고 보기 어렵다.
◇신용도 하향 트리거 탈출
29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가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완성차업계 정기평정을 마쳤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는 ‘AA+/안정적’, 기아는 ‘AA0/안정적’을 각각 유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한숨 돌렸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신용평가 3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에 일제히 걸렸다. EBITDA마진이 6%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판매가 부진하고 생산차질까지 겪은 탓이다. 세타Ⅱ엔진과 전기차 배터리 교체 관련 비용으로 현대자동차는 2조6000억원가량의 타격도 받았다.
그러나 올 1분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현대자동차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비록 처분가능현금흐름은 여전히 적자지만 다른 재무지표는 등급 하향 트리거를 벗어났다. 기아도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놓고 “백신 개발과 접종 확대로 자동차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신차 출시효과 등을 보면서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출시되는 신차는 판매단가가 높은 SUV, 고급차, 전기차 위주로 구성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재무버퍼 충분, 실적개선 전망 유효
실적 개선추세와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도를 떠받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우려와 달리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일시적 타격으로 끝났다”며 “내수시장 수요가 크게 증가한 데다 미국에서도 경기 부양책 등 덕분에 판매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는 휘청댔지만 내수판매는 여느때처럼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버팀목이 되어줬다. 글로벌 판매는 2019년과 비교해 현대자동차가 15.4%, 기아가 7.6% 줄었다. 그러나 국내 판매는 각각 6.2%씩 늘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국내 판매량이 10% 이상 늘고 미국판매도 회복됐다.
재무건전성도 좋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미래사업 역량을 확보하고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데도 현대자동차의 재무건전성이 매우 우수하다”며 “기아도 재무구조가 더 좋아질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조원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빼도 연간 7조~8조원의 투자현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의 연간 자금부담은 5조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1분기 말 현대자동차의 차량부문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79.3%, 9.5%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다. 기아는 부채비율 107.5%, 차입금의존도 17%다. 현대자동차만큼은 아니더라도 우수한 편이다.
◇전기차 기술력 ‘선두’, 리스크 관리는 골치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단기적 실적전망이 밝고 재무건전성이 우수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전기차 등 미래차 시대 적응 여부를 놓고 온도차가 있다. 품질관리 리스크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등 생산체계를 발빠르게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또 아직 전기차의 전체 판매비중이 크기 않기에 경쟁강도가 빠르게 격화하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전용 플랫폼을 갖춘 완성차회사는 테슬라와 폭스바겐 그리고 현대자동차와 기아 정도뿐”이라며 “친환경차, 미래차의 채산성이 낮고 기술 관련 리스크도 있지만 이는 다른 완성차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품질관리 리스크가 향후 신용도를 끌어내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소비자들의 품질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전장기술이 고도화하면서 품질문제 발생주기가 짧아지고 범위도 커졌다”며 “전기차 비중 확대로 신기술이 부각되면서 앞으로 품질관리 비용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17년부터 해마다 엔진 관련 품질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에는 엔진 외에 전기차 배터리 리콜 사태도 발생하면서 수천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구매단가 상승으로 애를 먹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2018년 각각 AAA와 AA+의 신용도를 반납한 결정적 요인도 품질관리 리스크였다. 주요 글로벌 시장의 수요 부진과 경쟁심화로 수익창출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세타II 엔진 관련 품질비용까지 인식한 탓이다.
또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선방하고 있지만 전기차 경쟁이 예상보다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는 지난해 5위였지만 올 1분기 8위로 떨어졌다.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도 공격적으로 전기차 전환계획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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